롯데백화점 잠실점 보안요원이 노조 조끼를 착용하고 식당가를 이용하는 손님들에 조끼 탈의를 재차 요구하고 있다. (사진=X.옛 트위터)
조합원들이 백화점으로 들어서자 1차로 지하 1층 입구에서 백화점 관계자 한 명이 ‘조끼와 모자를 벗어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이들은 금속노조 조끼와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단 모자를 쓰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밥 먹으러 왔는데 왜 못 들어가느냐”라고 항의하면서도 모자를 벗고 지하 식당가에 입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다른 보안요원 2명이 찾아와 조끼 탈의도 요구했다. ‘공공장소에서 노조 조끼는 다른 손님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현장에 있던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우리는 공공장소에서도 청와대도 다 이렇게 다닌다”고 반문하자 보안요원은 “여기는 사유지”라고 답했다.
이에 이김 사무장이 “결국 백화점이 정한 기준이라는 건데, 그 기준이 노동자를 혐오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보안요원에게서 “저도 노동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무장은 “이것이 혐오가 아닌가 잘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결국 보안요원은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말하며 난처해했다.
이김 사무장은 “VIP를 위한 공간도 아니고 식당에서, 어떤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조끼를 입었다고 이런 취급을 하는 것은 기업의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혐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같은 상황이 담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백만회 이상 조회되며 논란이 확산했고 결국 백화점 측은 고개를 숙였다.
백화점 측은 11일 언론에 “과도한 조치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고객분들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하며 당사자분께 직접 유선 통화로 사과를 드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된 노조 조끼 복장에 대해 “주변 다른 고객의 불편이 발생할 수도 있어 보안요원이 안전 관리 차원에서 사전에 안내를 드린 것”이라며 “백화점 차원의 복장 관련 규정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복장 탈의는 손님 측이 거절해서 별다른 조치 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갔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합원 측에 따르면 실랑이가 이어지며 몇몇은 일정이 촉박해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자리를 뜬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 측은 “출입 규정 매뉴얼을 재정립해 전 점포 및 용역사에 안내하여,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백화점 측 해명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의 책임을 용역업체 소속인 보안요원에게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해당 직원의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불편이 발생할 수도 있어 사전에 안내했다”라는 해명은 다른 고객의 불편 신고가 없었는데도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 아래 선제적으로 탈의를 요구했음을 인정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김 사무장은 오마이뉴스에 “올해 초 서울 한화 본사에서의 농성을 위해 상경했을 때 한 조합원이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했는데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똑같이 교보문고 보안 노동자가 ‘이런 복장으로 들어올 수 없다’라고 제지해 실랑이가 있었다”고 말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함을 알렸다.
교보문고 측은 조합원이 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