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햄스트링 손상은 단계별 치료법으로 접근해야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12일, 오후 03:05

이춘택병원 허준혁 진료부원장
[이춘택병원 허준혁 진료부원장] 평소 주2~3회 러닝을 즐기던 38세 직장인 주 모씨. 어느 날 저녁 평소처럼 달리던 중 갑자기 허벅지 뒤쪽에서 “뚝”하는 느낌과 함께 찌르는 듯한 강한 통증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근육 경련이라 여겼으나 다음 날 허벅지 뒤쪽이 붓고 멍까지 생기자 병원을 찾았고 결국 햄스트링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햄스트링 손상은 운동선수에게 흔히 발생하는 부상 중 하나이지만 일반인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허벅지 뒤쪽에 위치한 햄스트링은 넙다리두갈래근, 반힘줄근, 반막근을 통틀어 부르는 말로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등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능도 수행해 종종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러한 햄스트링 손상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우선 요즘처럼 기온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근육이 경직되고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달리거나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을 취할 경우 부상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더불어 허벅지 앞쪽인 넙다리네갈래근에 비해 뒤쪽 햄스트링의 근력이나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 양측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손상의 위험이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과거에 햄스트링 손상을 경험한 사람은 회복된 부위의 조직 특성상 재발 위험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햄스트링 손상이 발생하면 보통 허벅지 뒤쪽에서 날카롭고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일부 환자들은 순간적으로 “뚝”하는 소리나 찢어지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통증으로 인해 움직임이나 보행이 일시적으로 제한되며, 부상 후 1~3일 이내에 부종과 멍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 덕분에 어느 정도 자가 판단이 가능하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햄스트링 손상은 기본 검사인 X-ray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근육과 인대, 힘줄과 같은 연부조직은 X-ray에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MRI검사가 필요한데, 장비가 고가이다 보니 MRI 처방 시 간혹 과잉진료로 오해 받기도 한다. 그러나 MRI는 연부조직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검사로, 이를 통해 부상의 정도와 심각도를 명확히 확인한 후 상태에 따라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해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 1단계 경미한 손상(grade 1) = 가벼운 염좌로 근육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대부분 1~ 2주정도의 휴식과 냉찜질, 진통소염제 복용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 2단계 부분 파열(grade 2) =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다치는 손상으로, 정밀검사에서 근육 일부가 파열된 모습이 관찰된다. 최소 3~4주간은 운동을 자제하고 보행 시에는 목발 사용 등으로 손상 부위에 가해지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도움된다. 또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운동치료를 병행하면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 3단계 완전 파열(grade 3) = 주로 프로 선수에게서 발생하지만 일반인도 과체중이거나 외부에서 강한 힘이 가해지는 경우 혹은 허리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등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근육이 완전히 파열되거나 근육과 주변 인대의 연속성이 완전히 절단된 상태로, 봉합술 등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회복 및 재활 기간도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1단계나 2단계 정도의 손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생각보다 긴 치료 기간 때문에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치는 파열 정도를 악화시키고 만성적인 통증과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재개하면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 치료와 충분한 휴식, 단계에 맞는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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