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저쪽(박준현)에서 행정소송을 하든 뭘 하든 최대한 다 준비해서 맞서 싸울 거예요"
키움 신인 투수 박준현의 학교폭력을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에서 인정받은 피해자 아버지 A씨는 이같이 다짐했다.
A씨는 11일 오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행심위 결론이 나온 지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는 걸 보면 박준현과 그 부모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어제라도 입장을 냈다면 온라인에서 2차 가해가 일어났겠느냐"며 눈물을 삼켰다.
지난 8일 행심위 재결 결과가 나온 이후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피해자와 야구선수인 피해자 동생 신상이 유출되는 등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
A씨는 "처음 학폭을 신고했을 때 우리가 바랐던 건 박준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아닌 진실 규명과 사과뿐이었다"며 "1호(서면 사과) 처분이 나왔을 때도 개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2차 가해를 두고도 이전까진 세상이 다 내 편일 순 없다고 생각하고 넘겼다"며 "하지만 어제 신상까지 유출하며 피해자와 가족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A씨는 충남교육지원청에서 사건을 '학폭 아님'으로 판단한 이후 학교와 온라인에서 '거짓 신고자'로 몰렸다고 토로했다. 행심위가 판단을 뒤집기 전까지 일가족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이경석 법무법인 태광 변호사는 "학교와 학부모, 야구부 감독 등 집단적으로 박준현 선수를 보호하려 했다"며 "피해 상황을 목격한 학생들이 증언을 해주지 않는 등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학폭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첫 신고 당시 고등학교 진학을 앞뒀던 피해자 동생도 야구선수"라며 "이 분쟁에 엮이면 선수 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고 스스로 판단해 주변에 외동아들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 사이 박준현은 2026 한국프로야구(KBO)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지명 현장에서 아버지인 박석민 삼성 2군 코치가 눈물을 보이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드래프트 직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학폭 관련 질문에 박준현은 "떳떳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쓰고 있다"고 답했다.
A씨는 "아내가 그 장면을 보고 울었다"며 "피해자는 조용히 TV를 끄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스1은 11~12일 박 코치에게 반론 의사를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음은 A씨와 일문일답.
(뉴스1TV 갈무리)
- 행정심판 결과를 받아보고 심경이 어땠는가.
▶ 처음에 행정심판 시작할 때 의도 자체도 박준현 선수 벌하고 이런 목적은 없었다. 저희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여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시작했다. 절차상 행심위에서 박준현의 처분 수위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했지만,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고 쓰지 않았다. 그래서 서면 사과 처분이 나왔을 때도 개의치 않았다.
- 재결서에는 "박준현이 반성하고 있고 화해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기재돼 있다. 이 사건이 종국적으로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는가.
▶ 어젯밤(10일)에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SNS상 2차 가해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저희 둘째 아이 신상 정보가 완전히 노출됐다. 첫째 북일고 누구, 동생 누구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쭉 써놨다. 지금(11일 오후) 아무런 조치도 없고 움직이지 않는 것 자체도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분들이 어제라도 뭔가 입장이 나왔다고 하면 어젯밤에 봤던 그런 2차 가해 행위가 있었겠는가.
- 선처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심한 건가.
▶ 그렇다. 지금 상황을 박준현 선수나 저희 큰아이가 만든 게 아니다. 박준현 주변 어른들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어른에는 북일고등학교도 포함이 돼 있고 야구부 지도부도 포함돼 있다. 박준현의 아버지 박석민 코치도 마찬가지다.
- 2026 KBO 드래프트 당시 박준현은 학폭 논란 관련 질문에 "떳떳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쓰고 있다"고 답했다. 또 박 코치가 눈물을 보이면서 화제가 됐다.
▶ 그렇게 할 줄 알았다. 굉장히 뻔뻔하다고 느꼈다. 가족들이 생방송으로 드래프트를 다 같이 봤다. 아내는 울었다. OO이(피해자)는 TV 끄고 딱 말았다. 얘기를 그냥 일절 안 하더라.
- 피해자의 심리 상태는 어땠나.
▶ 행심위에 진단서도 제출했었지만 병원가서 진단받고 상담하는데 피해자 심리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혼자 있는 시간을 어지간하면 두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병원도 가봤는데 같은 진단이 나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생업으로 하던) 일을 소홀히 하면서 아이만 보살폈다. 교육청에서 상담 프로그램이 있다길래 세 번째로 받아보니 거기서는 더 심하게 말씀하시더라. 처음 병원 진단받은 지 한 달 반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인데 그 얘기 들어보니까 오히려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11월부터는 아예 학교를 안 가게 했다.
ssc@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