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냐" vs "긴장 완화"…내란재판 중계에 판사 진행도 도마에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14일, 오전 11:17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 재판이 전면 중계되면서 재판 내용뿐 아니라 재판장의 소송 지휘 방식까지 여론의 평가 대상으로 떠올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법 개정에 따라 지난 10월 말부터 각종 내란 재판의 중계가 이뤄지자 시청자들은 재판부의 발언 개입 방식과 제지 태도, 재판 분위기까지 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의 비교적 유연한 소송 지휘를 두고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굵직한 내란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을 두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엄정한 내란 재판 성격에 비해 가볍게 보인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고 있다.

특히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과 피고인 측이 날 선 반응으로 맞부딪힐 때마다 완곡한 표현과 웃음을 섞어가며 조율하는 모습에 '재판정 위엄이 약화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 부장판사의 태도가 내란 피고인들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인신공격성 표현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반응을 이끌기 위해 단편적인 모습을 담아 편집된 영상도 다수다.

때로는 다른 재판부와 비교하며 비판 수위를 올리기도 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사건을 심리하는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가 법정 소란을 일으킨 김 전 장관의 변호인들에게 감치를 명령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이자 대비되는 평가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댓글은 '대충 넘어가지 않으니 보기 좋다', '상식적·일반적인 재판장의 모습', '속이 시원하다' 등 표현으로 이 부장판사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관심 사안을 다루는 재판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재판 중계가 이뤄지는 만큼 재판장의 소송 지휘, 재판 분위기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편에는 재판장의 소송 지휘 방식은 재량 영역에 속하는 만큼 말투·태도만으로 공정성이나 결론을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자칫 재판 독립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법조계 한 인사는 "재판부가 항상 엄격한 태도로만 일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사건에 국한해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연한 소송 지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유연한 소송 지휘를 하는 판사도, 단호한 소송 지휘를 하는 판사도 있다"며 "재판 중계를 하면서 검찰·피고인 등 소송 당사자들의 '쇼잉'(Showing·보여주기)이 가장 우려됐던 요소였는데, 이 때문에 재판장의 소송 지휘도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연하면 유연한 대로, 단호하면 단호한 대로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소송 지휘를 유연하게 한 뒤 엄격하게 판단할 수도 있고,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며 "소송 지휘만으로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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