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모인 이주노동자들…"故 뚜안씨 죽음 책임져라"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14일, 오후 03:52

14일 오후 서울역 앞 광장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 씨의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대구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베트남 청년 뚜안 씨는 지난 10월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을 피해 숨어 있다가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1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노동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이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과 지난 10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은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2025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이주노동자 전반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산재 사망 문제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Don't Kill anymore)', '故 뚜안님 사망사건 정부가 책임져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뚜안 씨는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 지난 10월 28일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숨진 베트남 출신 노동자다.

네팔 출신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UN의 '이주노동자 및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협약'에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인권과 노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권리를 빼앗긴 채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역 앞 광장에서 고(故) 뚜안 씨의 아버지 부반숭 씨가 뚜안의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대구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베트남 청년 뚜안 씨는 지난 10월 불법 체류 외국인 단속을 피해 숨어 있다가 추락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12.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뚜안 씨의 아버지인 부반숭 씨도 이날 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평생 이런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입을 열었다.

부반숭 씨는 이어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던 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은 딸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이 사건은 어느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단속 과정이 적절했는지, 절차상 문제는 없었는지 명확히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정권이 교체됐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주노동자는 올해도 지게차에 매달린 채 폭력을 감내해야 했고, 강제 단속은 뚜안님을 희생시켰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뚜안 죽음 앞에 정부는 사과하라", "유엔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비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 단속 중단과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3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 신고 인원은 500명이다. 이들은 오후 3시쯤 집회를 마친 뒤 뚜안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농성장이 마련된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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