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영철버거’ 이영철씨 기리며 장학금 만든다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14일, 오후 06:25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고려대학교가 학교 앞 명물로 통하는 영철버거의 창업자 이영철씨를 기리기 위해 ‘이영철 장학금’을 조성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14일 오후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예정에 없던 총장의 방문에 유족들은 깊은 감사를 표했으며, 한 유족은 대학 관계자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영철버거 앞에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의 별세 소식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스1)
김 총장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 이름을 딴 장학금 조성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사장님은 수십 년간 고려대 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베풀어 오신 분”이라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매년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천원의 햄버거’를 시작했고,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현재 고려대가 하루 2000명에게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역시 그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또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장학금 조성은 물론, 고려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고민하겠다”며 “숭고하고 따뜻한 정신은 고려대 공동체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장학금 조성 외에도 유족을 위해 장례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안암캠퍼스 내에 고인의 뜻을 기리는 기념패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씨는 무일푼으로 시작해 영철버거를 고려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폐암 투병 끝에 전날 향년 57세로 별세했다. 그는 2000년 고려대 앞에서 손수레 노점으로 1000원짜리 햄버거 장사를 시작했으며, 이후 한때 전국에 수십 개 가맹점을 둘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학생들을 위한 마음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을 유지했고, 매년 약 2000만원을 기부해 장학금으로 환원해 왔다.

영철버거는 2015년 재정난으로 한 차례 문을 닫았으나, 고려대 학생 2500여명이 참여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6800만원을 모아 재개업하기도 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이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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