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장 "영철버거 장학금 조성"…이영철 씨 빈소 조문(종합)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14일, 오후 06:52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영철버거 앞에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의 별세 소식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져 있다. '고려대 명물'로 통하는 '영철버거' 대표 이 씨는 지난 13일 별세했다. 향년 58세. 고인은 암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5.12.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려대학교가 학교 앞 명물로 2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영철버거'를 운영한 고(故) 이영철 씨를 기리기 위해 장학금을 조성한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수십 년간 매우 깊은 관계를 맺어온 분"이라며 "고인은 떠났지만, 고려대 공동체 안에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의 이름을 딴 장학금 조성 계획을 공식화했다.

김 총장은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개인의 성공보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며 "이영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귀감이 돼, 사회를 위해 힘쓰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장학금 조성 외에도 유족을 위해 장례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교내에 고인의 뜻을 기리는 기념패를 설치할 예정이다.

"영철 아저씨는 고려대의 일부였다"
이날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 입구에는 화환을 둘 공간이 부족해, 근조 리본을 접객실 내부에 따로 걸어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조문을 마친 고려대 재학생 유 모 씨(20)는 "동아리 활동을 후원해 주셨던 분이기도 하고, 회식 때 자주 찾던 곳이라 자연스럽게 오게 됐다"며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챙겨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학생회 활동을 하며 영철버거를 자주 찾았다는 장형공 씨(24)는 "동네 삼촌 같은 분이셨다"며 "시험이 끝나고 가게에 들르면 늘 더 챙겨주시려고 했다. 몸이 편찮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실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값싼 한 끼'에서 시작된 20년의 나눔
빈소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큰 형님처럼 학생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셨던 분"이라며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밥은 먹었냐'고 묻고, 돈을 받지 않고 음식을 건네주시던 기억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를 지역구로 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철버거와 영철 아저씨를 더 이상 안암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영철버거 앞에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의 별세 소식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져 있다. '고려대 명물'로 통하는 '영철버거' 대표 이 씨는 지난 13일 별세했다. 향년 58세. 고인은 암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5.12.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 씨는 2000년 고려대 앞에서 리어카 노점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값싼 한 끼'를 내놓겠다는 마음으로 햄버거를 팔았다. 개점 당시 햄버거 가격은 1000원이었다.

이후 식재료 가격이 오르며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그는 오랜 기간 이 가격을 고수했고, 학생들 사이에서 '고려대 앞 마지막 양심'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씨는 '싸게 팔고, 값진 것을 나누는' 삶을 실천했다. 2004년부터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영철 장학금'을 만들어 고려대에 매년 2000만 원씩 기부해 왔고, 학교 축제나 행사 기간에는 무료로 햄버거를 나누기도 했다.

한때 가맹점 수를 40곳까지 늘리며 사업적으로도 성공했지만, 2015년쯤 경영난으로 가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고려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섰고, 2주 만에 약 7000만 원의 운영 자금을 마련해 다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고인의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이며,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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