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지수 발표라면서…등급도 매기지 못한 서울시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18일, 오후 07:26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모든 정책은 예산으로 표현된다. 예산을 수반하지 않은 정책은 그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표가 중요하고 지수가 중요하다. 계량화한 수치를 보면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3년 10월 약자동행지수를 처음 선보이는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책의 객관성과 연속성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약자동행지수는 2024년 6월 첫 발표부터 2022년을 기준(100)으로 삼아 2023년도 약자와의 동행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종합지수 111) 수치로 밝혀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서울시가 18일 발표한 ‘배달플랫폼 상생지수’에는 ‘지수’가 보이지 않는다. 주요 배달플랫폼 4개 사를 대상으로 소상공인 상생 수준을 진단하고 플랫폼사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게 목적이지만 실태조사와 다를 바 없다. 매출 대비 수수료 비율이 16.9%~29.3%라는 데이터 분석과 점주의 약 95%가 배달플랫폼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는 수준이 전부다.

서울시는 첫 지수 평가인 만큼 배달플랫폼 서열화가 아니라 상생 수준을 파악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종 지수는 확보하고 있으나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 개별 플랫폼사들에게 각각 평가 결과를 알려주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 지수를 언제부터 공표할 지에 대해서도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지수는 누구나 추세를 확인할 수 있을 때 힘을 갖는다. 서울시 발표대로 배달플랫폼 상생 ‘지수’라면 어떤 플랫폼이 작년보다 올해 더 상생에 힘을 쏟고 있는지, 혹은 후퇴하고 있는지 소상공인과 소비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도 이런 객관적 사실이 배경이 돼야 한다.

만약 숫자 공개가 민감하다면 등급으로 나눠서라도 발표해야 한다. 실제로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도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가 배달플랫폼 문제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 관리 대상으로 보고 정책 수립·제도 개선의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이라면 어떤 형태로는 지수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오 시장의 말처럼 연속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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