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종병원 비만대사수술센터 외과 정성우 과장
문제의 핵심은 음료에 들어 있는 ‘과당’이다. 과당은 과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이지만, 우리가 마시는 탄산음료, 과일주스, 설탕 시럽, 단맛 나는 커피 음료 속에서는 정말 다른 역할을 한다. 과당이 액체 형태로 들어올 때, 인체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과당이 우리 몸에서 처리되는 경로는 포도당과 완전히 다르다. 포도당은 근육과 뇌를 포함한 전신 세포가 사용하지만, 과당은 오직 간에서만 처리된다. 즉, 음료에 들어 있는 과당은 곧바로 간으로 몰려가 짧은 시간에 지방 합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과당이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면, 두 가지 큰 문제가 생긴다.
첫째, 간지방(지방간)이 빠르게 늘어난다. 국제 연구 보고에서는 설탕·과당 음료를 6개월 마셨을 때 간지방이 130%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도 있다. 이것이 NAFLD(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출발점이다.
둘째, 내장지방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거의 자극하지 않아 ‘배부름 신호’가 약하고, 남은 칼로리는 고스란히 복부 깊은 곳의 지방으로 저장된다. 이 과정에서 내장 지방세포는 염증물질(TNF-α, IL-6 등)을 만들어내어 혈당 조절, 혈압, 지방 대사에 악영향을 준다. 다시 말해, 과당 음료는 “지방간 → 내장지방 → 염증 → 대사질환”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만드는 경로다.
많은 분들이 “과일주스는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주스 한 컵에는 과당이 농축되어 있어 혈당 상승은 없지만 지방 생성량은 탄산음료 못지 않다. ‘시럽 듬뿍 커피’와 ‘아이스티’도 마찬가지다. 액체로 들어오는 당은 씹지 않고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포만감은 없지만 대사 부담은 매우 크다.
식단을 크게 바꾸기 힘들다면, 음료만 바꿔도 건강이 달라진다. 탄산음료 대신 물,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 과일주스 대신 통과일, 카페라떼 대신 우유 또는 두유. 이 작은 선택이 내장지방과 지방간을 줄이고, 체중보다 중요한 대사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지방은 단순히 몸에 쌓이는 에너지가 아니라 혈관과 간을 움직이는 ‘대사 장기’다.
특히 내장지방은 염증을 만들고, 간지방을 키우는 중심축이다. 달콤한 음료를 줄이는 것만으로 그 축을 끊어낼 수 있다. 오늘 마신 음료 한 잔이 당장의 체중을 바꾸지는 않지만, 간과 내장지방은 계속해서 그 결과를 기록하고 있으며, 습관 하나만 바꿔도 몸은 확실히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