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12월부터 2월 사이에 가장 많다. 특히 고령자나 과거에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들에 집중되는데, 심혈관질환은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심혈관질환은 예방이 최우선으로 중요하지만, 치료 후 후유증은 환자와 가족, 사회 전체가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심장재활의 중요성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 위기에서 되살아난 심장…그리고 다시 뛰기까지
지난 9월 경기도 광명시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대회장에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였고, 그중 하늘색 티셔츠를 단체로 입은 무리가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심장뇌혈관병원의 의료진과 환우들이었다. 그 무리 속 한 중년 남성은 감동이 어린 눈빛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어떤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심장이 멈춰 치료를 받던 시절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날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류성근씨(남, 62세)는 작년 12월,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으로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환자다. 내원당시 혈압이 70/40mmHG 밖에 안되는 위급한 상태였으며, 심실조동(심장 박동이 250~300회/분 이상이 되는 빈맥상태)과 심실세동(심장 박동이 빠르고 불규칙적인 상태)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이 신속하게 스텐트와 ECMO(혈액에 산소를 공급하고 환자의 순환 및 호흡기능을 보조장치)를 삽입해 의식을 회복하고 활력징후가 안정됐으나, 심박출율(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 마다 내보내는 혈액의 비율)이 호전되지 않는 등 심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이 되지 않아 ECMO를 제거할 수 없었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조준환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환자의 심박출률이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심장이식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2주 정도 대기 후 심장이식수술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류성근씨는 성공적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마친 이후 심장재활치료를 시작했고, 빠른 회복속도를 보였다. 현재는 건강했던 시절의 생활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이번 마라톤대회에도 참여하게 됐다. 그는 “수술 이후 재활운동과 식생활 프로그램을 짜주는 등 병원에서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며 “입원생활 기간에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과 간호사 선생님 등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을 수 있던 상황에서도 용기를 북돋아준 가족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지난 9월 개최한 KTX 광명역 평화마라톤에 참가한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심장뇌혈관병원 교직원과 환우.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무리와 떨어져 묵묵히 뛰고 있던 백창현씨(남, 59세) 역시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다. 때는 2023년, 걸을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백창현씨는 좌심실의 확장 및 좌심실 수축기능의 저하가 동반되어 있었다. 검사결과 좌회선지 영역의 국소벽 운동장애가 관찰됐다.
백창현 씨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격리치료를 받는 중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쉬어지는 현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아왔다”며 “그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병원에 와서 심장이 안좋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신속한 진료 이후 백창현씨는 숨 쉬는 것이 가능해져 퇴원하려 했지만, 조준환 교수가 적극적으로 시술을 권장해 당일 두차례에 걸쳐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했다. 이후 심장예방재활센터에서 심장재활을 꾸준히 시행했으며, 시술 직후 평균의 70%밖에 안되던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이 7개월 뒤 정상으로 회복됐다. 또한 심장초음파에서 관찰되던 좌심실의 확장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수축기능 저하 역시 호전됐다. 국소벽 운동장애 역시 사라졌으며 꾸준한 약물치료와 관리, 심장재활 운동을 통해 올해 3월에는 정상인과 다를 바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백창현 씨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며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단계별 과정을 충실히 따른 것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며 “회복 과정에서 전문적인 재활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절실히 느꼈다”고 체계화된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하게 웃으며 “이번에는 5km를 뛰었지만 다음에는 10km를 뛸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우들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한 조준환 교수는 “큰 위기가 왔던 환우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희망을 나누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며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환자분들이 적극적으로 재활치료에 동참해 삶의 질을 높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예방과 더불어 중요한 ‘심장재활’
전 세계 사망원인 1위인 심혈관질환은 소화불량, 잦은 기침, 어지럼증, 피로감 등 일상적인 증상으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전조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관상동맥이 75% 이상 좁아져야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어, 정기적인 검진과 평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이 중요한 만큼, ‘치료 후 재활’의 가치 또한 매우 크다. 시술을 통해 일부 환자는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지만, 대부분의 치료 목표는 급박한 생명 위기에서 벗어나 심장을 안정시키는 데 있다. 완전한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심장을 다시 단련하는 재활 과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제로 심장질환은 치료 직후 모든 문제가 즉시 해결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급성 심근경색처럼 혈관이 갑자기 막힌 경우에는 신속한 혈관 개통으로 흉통이 사라지고 심근 손상을 차단하는 등 드라마틱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판막 질환처럼 심장 내 혈류를 개선하는 치료는 숨참, 부종 등 증상이 안정되기까지 수일에서 수주가 소요된다.
또한 치료 전부터 심장근육이 이미 많이 손상된 환자나, 만성 심부전·만성 관상동맥질환 환자는 치료 후 재활이 필수적이다. 이미 혈류가 끊겨 손상된 심근조직은 정상 근육으로 되돌릴 수 없지만, 완전히 손상되지 않은 ‘약해진 심근’은 체계적인 재활치료와 운동 훈련을 통해 기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의 류성근 씨와 백창현 씨처럼 병원에서 제공하는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건강 회복은 물론 삶의 질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어 재활은 필수적이다. 국내를 포함한 세계의 여러 연구와 메타분석에 따르면, 심장재활프로그램은 단순한 운동 이상의 효과, 즉 사망률 감소, 재입원율 감소,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심장재활 접근성 확대…환자의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은 수도권 서남부 중증질환치료 거점병원으로서 중증·응급 의료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심장예방재활센터(센터장 순환기내과 조준환 교수)를 통해 심장질환으로 수술이나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체계적인 심장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심장재활프로그램은 급성기 치료 이후 재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운동치료와 위험인자 관리 중심의 전문 재활 프로그램이다. 환자의 최대 운동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해 개인별 맞춤 강도의 운동을 진행하고, 심혈관 위험인자를 단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질환의 재발과 악화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관상동맥 중재시술이나 우회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적극적인 심장재활 치료는 장기적으로 사망률을 약 40~5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캐나다·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허혈성 심질환자에게 심장재활 치료를 반드시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중요성이 인정돼 2017년 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조준환 교수는 “심장질환은 만성질환으로, 이에 대한 치료는 완치의 개념보다는 장기적으로 잘 조절해 나가야하는 질환이다”며 “심장질환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면, 긴 호흡으로 어떻게 심장질환과 잘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류성근씨(좌)와 조준환 교수(우). 조준환 교수는 “심장질환은 만성질환으로, 이에 대한 치료는 완치의 개념보다는 장기적으로 잘 조절해 나가야하는 질환이다”며 심장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장예방재활센터에서는 개인별 맞춤 운동치료와 심폐기능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심장기능 회복과 전신 상태 개선을 돕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장기적인 건강 유지와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병원에 내원해서 심장재활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어려운 고령이나 직장인들을 위해 가정내에서 할 수 있는 ‘가정 기반 자가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관리하고 있다.
병원은 향후 심장예방재활센터를 축으로 심장재활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환자의 건강수명 증진을 목표로 한 교육·예방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치료를 넘어 지역사회 전반에 심혈관질환 예방과 건강관리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조준환 교수는 “보다 많은 환자들이 재발 위험을 낮추고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심장재활 프로그램을 꾸준히 발전시키겠다”며 “심장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치료 이후’까지 확장해, 환자의 평생 건강을 지원하는 재활체계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