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은 살려주지"…결혼 지참금에 택시기사 남편 잃은 아내[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20일, 오전 12:00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3년 12월 20일 국제결혼에 필요한 지참금 마련을 위해 택시기사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끝내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다.

2023년 10월23일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태국으로 달아난 40대 남성이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공항에서 붙잡혔다. (사진=뉴스1)
사건은 2023년 10월 23일 새벽 발생했다. A씨는 이날 혼인신고를 마친 태국인 여자친구 측으로부터 결혼 지참금 약 700만 원을 요구받자 이를 마련하기 위해 강도 범행을 계획했다.

A씨는 범행 도구와 수법, 도주 방법까지 사전에 검색한 뒤 무작정 택시를 잡아탔다. 피해자는 70세 택시기사 B씨였다.

광주에서 B씨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A씨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중 충남 아산에서 소변이 마렵다며 차량을 세운 뒤 B씨의 목을 졸랐다. B씨가 차량 밖으로 달아나자 주먹을 휘둘렀고 의식을 잃자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목을 감아 도로에 방치했다.

결국 B씨는 3시간여 동안 도로에 방치돼 있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범행 후 곧바로 택시를 몰아 인천공항으로 향했고 B씨의 휴대전화와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기 계좌로 1300여만 원을 이체했다. 이 가운데 1000여만 원을 인출해 태국행 항공권을 구매했으며 나머지는 환전했다.

그는 태국으로 달아났지만 한국 경찰과 태국 사법당국의 공조로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제하던 태국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필요한 지참금을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고령의 피해자가 손자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까지 일하던 선량한 시민이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유족들은 사형 선고를 요청했다.

A씨는 재판에서 살인할 의도는 없었다며 강도살인죄가 아닌 강도치사죄 적용을 주장했다.

법정에 선 B씨의 아내는 “목숨이라도 살려주지 왜 착한 남편을 죽였느냐”며 “목숨이라도 살려놨으면 덜 억울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의 큰딸은 “이미 기절한 아버지의 입을 테이프로 막고 방치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호소했다.

2024년 2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A씨에게 징역 30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건장한 40대 남성이 70세 노인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하고 테이프로 감아 장시간 방치한 것은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라며 “피고인도 이를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 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A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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