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숨진 버스 기사…산재 판단 날 "본인은 왜 안 왔나?" 황당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22일, 오전 10:34

(JTBC '사건반장' 갈무리)

31년 동안 버스 기사로 일해 온 아버지를 한순간에 잃은 딸의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의 한 시내버스에서 발생했다.

버스 안 CCTV 영상에 따르면 도로를 주행하던 버스 기사 A 씨가 갑자기 고개를 앞으로 숙이더니 이내 옆으로 쓰러졌다.

이를 본 승객이 깜짝 놀라 다급히 A 씨의 몸을 두드려 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른 승객들도 급하게 운전석에 운전문을 열어보려고 하지만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A 씨는 심장이 쪼여오는 고통 속에서도 사고를 막기 위해 버스를 갓길로 천천히 세워놓고 쓰러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사고 발생 5시간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업무 중 쓰러져 숨진 A 씨는 산업재해 판정을 받지 못했다.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12년간 해당 버스 회사에서 근무했고, 정년퇴직했지만 촉탁직으로 재계약이 될 만큼 성실했다.

60대 중반인 A 씨는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은 1년에 한두 번 정도 마셨다. 기저질환이나 심장 혈관 등 질환에 대한 가족력도 없었다. 매년 건강검진에서 모든 수치도 정상이었다. 일주일에 3~4번 이상 등산이나 걷기 운동도 꾸준히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A 씨의 산업재해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관리위원회에 노무사와 함께 간 딸은 그 자리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위원이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재해자 본인이 안 오고 따님이 여길 왔냐"고 물은 것.

유족은 "제가 너무 당황하고 어이가 없었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더라. 너무 화가 났다. 그 옆에 진행을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치면서 사망 사건이라고 알려줬다"라고 황당해했다.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유족은 질병관리위원회에 다녀온 이후 산재 심사 결과를 받았다. 질병판정위원회는 유족 측이 주장하는 근로 시간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이 산정한 12주간의 근무 시간표에는 주간 70시간에 가까운 근무가 3차례 정도 있었다. 하지만 질병판정위원회는 버스 운행 중간중간 있는 대기 시간을 업무 시간 산정에서 제외했다.

또 근로 시간 자체에서도 12주간 급격한 근무 시간과 업무 환경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과중한 업무를 했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은 "십수 년간 시내버스를 몰면서 불규칙한 근무 시간대에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온 건강상의 부담이 터진 거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소속돼 있던 버스 회사 측도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족은 노동부에 재심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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