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정유미 검사장 "법령 위반 인사 정지" vs 법무부 "문제 없어"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22일, 오전 11:48

최근 법무부 인사에서 고검검사급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인사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검사장급에서 고검 검사급 보직으로 사실상 강등당한 정유미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30기)이 인사 조치가 부당하다며 집행이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대검 검사를 보직에 따라서 고검 검사로 보임할지 여부는 임명권자의 재량이므로 문제가 없고, 집행 정지의 필요성도 없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22일 정 검사장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 명령 처분 집행정지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는 취소소송 등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처분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법적 절차다.

정 검사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해 대리인 없이 직접 변론에 나섰다.

정 검사장은 "저에 대한 인사명령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인사는 법령 위반인 데다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선례가 없는 굉장히 이례적인 인사"라고 밝혔다.

이어 "피신청인(법무부) 측이 인사를 하면서 밝힌 보도자료를 보면 인사 근거가 어찌 보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된, 개인의 의사 표명과 의견 표명을 가지고 인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한다"며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 검사장은 "현재 신청인은 계속 연가를 써서 버티고 있는데 연가를 소진하면 이사를 해야 한다"며 "근무지를 따라 대전으로 이사한 뒤에는 본안 소송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제게는 큰 피해"라고 집행정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저에 대한 인사가 언론에 크게 나면서 저는 25년간 검찰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만 해온 사람인데 상당한 국민들의 관심을 얻고 명예를 침해당했다"며 "본안에서 결정 날 때까지 인사를 정지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신청인이 주장하는 불이익은 회복 어려운 손해로 보이지 않는다"며 "공무원의 인사 명령 처분에 관해서는 집행정지가 인용된 예가 전무하고, 집행정지가 인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안에서 다툴 수 있다"면서 집행정지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측은 " 대검 검사를 보직에 따라서 고검 검사로 보임할지 여부는 임명권자의 재량"이라며 "본안에서도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집행정지 신청도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측은 또 "신청인이 이프로스(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보면 단순 의견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무원에게는 복종 의무가 있음에도 상급자에 대한 모멸적·멸시적 표현을 하고 같은 검사를 모함하는 내용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신청인을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한 게 실질적으로 강등 인사 명령인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신청인이 절차 위배를 주장했는데 인사위가 있었냐"고 법무부 측에 물었다.

법무부 측은 "인사위가 있었고, 언론에 마치 그 인사위에서 신청인에 대한 사안이 논의된 것처럼 나왔지만 전혀 없었고, 위원들 반발도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 검사장은 "피신청인 측이 이야기하는 건 제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기술이 들어간 답변 같다"며 "원래 인사위는 검사 명단 놓고 '어디를 보낼까'하는 것이 아니고, 인사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회의"라고 했다.

이어 "대검 검사급 검사인 연구위원을 빨리 다른 데로 보내려고 2년간 재직하면 다른 데로 보낼 수 있게끔 하는 시행령을 추진 중인데, 그 와중에 인사위를 열어서 1년으로 줄일 근거를 만들려다 부결된 것"이라며 "사실상 강등을 추진하는 걸 인사위가 저지한 것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이날 법무연수원의 실질적 연구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무연수원에 일정 기간 근무한 사람을 전출시키는 안을 이미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개정 준비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검사장은 "법령 위반되는 인사를 위해 사전작업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고,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짙어지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2주 안에는 결정할 텐데, 반박이나 추가 자료가 있다면 그 안에 제출해달라"며 "집행정지는 본안 심판과 별개이니, 집행정지 요건에 해당하는지만 보겠다"고 밝히고 심문을 마무리했다.

앞서 법무부는 이달 11일 검찰 인사를 통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보직)인 정 검사장을 대전고검 검사(고검 검사급, 차·부장검사 등)로 전보했다. 이후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의 인사가 사실상 징계성 조치인 강등 처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 검사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 내부망 등에서 대검찰청과 법무부 지휘부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정 검사장은 이번 인사가 검사장급 이상 검사 보직 기준을 규정한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고검 검사 등의 임용 자격에 대해 '대검 검사급 검사를 제외한' 규정을 명시해 놓은 검찰청법에도 위배된다고 본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검사장 강등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여러 가지 법률적 검토를 해봤는데 검사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법제처 의견도 듣고 해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대검 검사급이 대통령령인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 명시돼 있다는 지적에는 "그게(검사장) 보직 규정이지 거기에 꼭 귀속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정 검사장은 이날 심문기일에 출석하면서 "법무부의 이번 인사 발령은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서 위법하다"며 "법령에 위반된 처분을 하는 건 안 되는 건데, 특히나 법무부에서 그런 처분을 하는 것은 문제가 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량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 인정되는 것"이라며 "법이 있는데 재량이라고 해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되기에 강등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 검사장은 이와 관련해 "법을 너무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법무부에서는 딱 그 조항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 주장하는데 대검 검사급 검사와 고검 검사급 검사는 검찰청법에도 나와 있는 공식적인 직급이고, 그 직급에 맞는 보직을 또 시행령으로 규정 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규정은 안 보고 그냥 일절 무시하고 딱 그것만 따 와가지고 검사는 다 하나니까 다 뭉뚱그려서 할 수 있다고 하면 시행령 둔 취지가 무시되는 것"이라면서 "원래 이런 정치적 보복성 인사 혹은 이런 식의 인사를 막기 위해서 신분 보장을 위해서 둔 게 그 시행령인데, 그걸 정면으로 무시하고 묵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해서 이프로스에 쓴 글 때문에 징계가 이뤄진 것이라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정 검사장은 "모르겠다"면서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이어 "차라리 법무부에서 징계 절차를 진행했으면 뭐 때문에 징계하는 것인지를 밝히니까 저도 거기에 대해서 대응하기가 편할 거 같은데, 인사로 해버리니까 뭐 때문에 하는지 명확하지도 않고 그런 점이 있다"고 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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