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장' 5인 "묵묵한 한 길 인정받아 자부심 느껴"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22일, 오후 07:12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수십 년간 묵묵히 한 길만 걸어온 것을 인정받아 자부심을 느낀다. 제조업이 점점 외면받고 있지만 기술의 가치는 사람의 손과 정성에서 나온다. 다음 세대들이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명장으로서의 경험을 나누고 돕고 싶다.”

서울시는 의류봉제, 주얼리, 기계금속, 인쇄, 수제화 등 5개 분야의 최고 숙련기술인 5명을 ‘2025년 서울 명장’으로 선정했다.

(왼쪽부터)정윤호 휘권양행 대표, 이광제 푸른기술 전무이사,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 양민석 모던라인 대표, 김인호 동양상사지기인쇄 대표, 임종혁 제이에이치주얼리 대표(사진=서울시)
◇“장인, 기술 지키는 사람 아니라 문화 잇는 사람”

의류봉제 분야 서울 명장으로 선정된 양민석 모던라인 대표는 지난 49년간 의류봉제 외길을 걸었다. 다양한 체형과 소재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체촌법과 제도법을 개발해 맞춤 의류 제작 기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양 대표는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동안 연구하고 경험한 것을 나누고 싶다”며 “1호 명장인 만큼 모범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잘 닦아 나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쇄 분야는 김인호 동양상사지기인쇄 대표가 영예를 안았다. 1970년 제책회사 입사를 시작으로 반세기 넘게 인쇄 기술에 매진한 숙련기술인이다. 특히 의약품·화장품 포장 상자인 ‘폴딩카톤’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으며 한글 홀로그램 도입 등 선제 기술 솔루션을 통해 고품질 패키징 기술을 선도해 왔다. 김 대표는 “포장재는 물건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며 “처음부터 명장이 되기 위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제조업을 배우러 들어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계금속 분야 서울 명장으로 선정된 이광재 푸른기술 전무이사는 냉동공조설비 분야에서 20년 넘게 현장을 지켜왔다. 배관 기능장 자격을 바탕으로 공동주택과 산업 현장의 냉동·공조 설비 시공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기여해 왔다. 이 전무는 “낙후된 3D 업종이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국가직무체계(NCS)에 따라 모든 것들이 체계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수제화 분야 서울 명장으로 선정된 정윤호 휘권양행 대표는 30년간 가죽 공예에 몸을 바쳤다. 특수 가죽 가공 기술로 수제 가방 제작과 수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악어가죽 가공 방식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는 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 수제가방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왔다. 정 대표는 “장인은 기술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잇는 사람이라는 철학으로 후배세대 양성에 헌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얼리 분야 서울 명장으로 선정된 임종혁 제이에이치주얼리 대표는 보석 및 금속공예 분야에서 34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특히 정밀 세공 기법과 대량 세팅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주얼리 제작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고 기능경기대회 입상 등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10만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만들어 세계 기네스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임 대표는 “14세 때부터 해 온 일을 한 번에 보상받는 듯한 마음”이라며 “업계 선배님들을 존중하고 후배와 학생들이 본받고 싶은 기술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서울 명장’으로 개편…기술 전수 활동도 지원

서울 명장으로 선정된 이들에게는 ‘서울 명장’ 인증패와 현판을 수여하고 기술장려금 10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했다. 다양한 기술 전수 활동도 지원한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최첨단 기술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서울 산업의 경쟁력은 도시 제조업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라며 “숙련기술이 계속 이어지고 숙련기술인이 우대받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명장 사업은 지난 2022년 ‘우수 숙련기술인’으로 시작된 제도로 올해부터는 명칭과 선정 방식, 지원 규모 전반을 개편해 숙련기술인의 위상과 실질적 지원 효과를 대폭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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