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무연고 사망자 427명"…매년 동짓날 열리는 '홈리스 추모제'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22일, 오후 08:02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22일인 오늘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다. 2001년부터 매해 동짓날이면 서울역 광장에 모여 말없이 떠난 홈리스들의 죽음을 기리는 사람들이 있다. 춥고 긴 겨울밤이 홈리스들의 삶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도 어김없이 빈곤사회연대·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등 50여개의 단체가 함께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기획단)을 꾸렸다.

2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25 홈리스 추모문화제’ 현장 모습 (사진=염정인 기자)
기획단은 2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올해 돌아가신 435명의 동료들의 명복을 빈다”는 말로 ‘2025 홈리스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435명. 이 숫자는 기획단이 직접 집계해 지난 15일 발표한 서울 지역의 홈리스 사망자 수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다. 이들 분석에 따르면 435명 중 427명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300여명이 참석했다. 사전 행사로는 마임 예술가 이정훈씨가 망자의 넋을 기리는 공연을 진행했다. 이씨는 2002년에도 홈리스 추모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날 기획단은 노숙인의 경우 다른 의료급여 수급자들과 달리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병원만 가야 하는 제도가 차별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도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며 “노숙인복지법과 의료급여법 시행규칙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튜버 등 개인방송업자가 거리의 노숙인들을 무단으로 촬영해 수익을 올리는 문제도 지적했다. 기획단은 “식당에 데려가 술과 음식을 사주며 (영상을) 찍기도 하고, 물품 등을 지원해주는 모습을 방송에 담아 후원받는 종교인도 있다”며 “가난을 돈벌이 수단 삼는 치졸한 짓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홈리스들을 지켜본 이들의 추모 발언도 이어졌다. “작년까지 용산 텐트촌에 살았다”며 말문을 연 이진복씨는 고인이 된 김춘삼씨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30년이 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씨는 “춘삼이는 노숙자 시설로 들어가라는 말을 엄청 싫어했어요. 오로지 노숙만 했어요. 춘삼이가 부산 형제복지원에 있었대요. 거기서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에요”라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노숙 생활을 한 김춘삼씨는 종로3가와 용산 일대로 거처를 옮겨가며 길바닥 생황을 이어갔다고 한다.

기획단에 따르면 고 김춘삼씨에 대한 장례는 지난 2월 15일 공영 장례로 진행됐다. 기획단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시신 인수 비용 등의 문제로 장례까지 시차가 있는 편”이라며 “장례도 단 3시간 동안만 치러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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