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폐지하고 배상으로…국가 주도 배상체계 전환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24일, 오후 12:00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주재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단체 대표자 간담회에서 박혜정 환경노출확인피해자 연합 대표가 정부 행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 체계가 피해구제에서 국가 주도 배상으로 전환한다. 정부가 책임을 명시하고,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를 중심으로 범부처가 참여하는 배상·지원 구조를 새로 꾸렸다.

정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기존 피해구제제도는 폐지되고, 책임에 따른 배상체계로 전면 개편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제품으로 인해 폐 손상 등 건강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를 통해 제품과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피해를 신청한 8035명 가운데 5942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그동안 정부는 개별 판정체계 도입과 인정 질환 확대, 구제급여 항목 증가 등을 통해 피해구제를 이어왔다. 다만 지난해 6월 대법원판결로 국가 책임이 공식 인정된 이후에도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교육과 국방, 질병 관리 등 복합적인 피해 요구를 단일 부처 중심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누적됐다.

이번 대책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참사로 규정되고, 피해구제체계는 책임에 따른 배상체계로 전환된다. 치료비와 일실이익, 위자료 등 손해 전반이 배상 대상에 포함된다. 피해자는 배상금을 일시금으로 받거나, 일부를 먼저 수령한 뒤 치료비를 계속 지급받는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과 피해자들이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가습기살균제와 유산·사산 관련성 증거자료 공개 및 피해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2024.6.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향후 배상체계는 기존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개편된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가 맡는다. 손해배상 책임은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구조로 바뀐다. 2019년 이후 중단됐던 정부 출연금도 재개돼 2026년 1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피해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된다.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까지의 기간에는 단기 소멸시효 진행도 중단된다. 국가 주도의 추모 사업도 추진된다. 관련 특별법 목적에 추모를 추가하고, 추모일 지정과 공식 행사 개최를 검토한다.

지원 범위는 생애 전주기로 넓어진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부처 전담반이 꾸려져 부처별 개선 과제를 종합 검토할 방침이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은 중·고등학교 진학 시 주거지 인접 학교 우선 배정을 받을 수 있고, 대학 등록금 일부 지원도 포함됐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기준도 손질돼 질병결석 인정 범위가 가정 요양과 정신건강 진단 참여까지 확대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피해 청년의 건강 특성을 반영한 판정체계가 마련된다. 사회복무요원은 호흡기에 부담이 되는 근무지가 제외되고, 현역 입대 시에는 신체 활동이 많은 주특기가 배제된다. 취업 단계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도전지원사업 등 기존 제도를 연계해 지원한다.

치료 과정의 불편도 줄인다. 본인부담금은 치료비 대납 방식으로 처리돼 피해자가 비용을 먼저 납부한 뒤 정산받는 절차가 사라진다. 치료를 위한 휴가 보장도 포함됐다. 장기적으로는 성장 과정별 건강 상태를 분석해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조기 치료로 연결한다. 인과관계 연구 범위도 호흡기 질환에서 만성·전신질환과 그 후유증으로 확대된다.

행정 전문성과 소통 체계도 정비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내 환경보건처는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돼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등 환경오염 피해를 전담한다. 상담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인력 확충도 검토된다. 서울에 마련된 피해자 소통 공간 운영과 온라인 간담회 등 상시 소통 체계도 강화된다.

기후부는 국회와 협력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 강화 방안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부 부처 주요 업무보고'에서 기후부 10대 목표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민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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