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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넘게 이어진 단속 과정이 우리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부모로서 마지막 순간, 딸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 아버지(2025.10.14) 뚜안의 아버지 부반숭 씨(48)는 지금껏 진행된 기자회견·행진·가두연설 내내 질문했다. 왜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학자금과 생활비를 벌던 딸이 '추락 사망'이라는 상황까지 내몰렸는지, 그리고 법무부 대구출입국과 외국인사무소는 왜 책임이 없는지 알고 싶었다.
뚜안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6시 40분쯤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계명대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구직비자(D-10)를 소유한 합법 체류자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구직'만 허용될 뿐, 단기 통·번역이나 보조 업무를 제외한 아르바이트나 출퇴근 형식의 근무는 불가능했다.
유학생(D-2 비자)은 사전 허가를 받는다면 제한적으로 아르바이트가 가능하지만 뚜안은 이미 졸업한 후였다. 즉 대학 졸업부터 취업이 확정되기까지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는 할 수 있지만 법이 정한 대로 돈을 벌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그가 공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뚜안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는 수십명에 이른다. 뉴스1은 이들을 궁지로 몬 강제단속(정부합동단속)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문가들과 짚어봤다.
'단속=성과'…매년 주어지는 할당량
뚜안이 숨진 당일 대구 성서공단의 한 공장에서는 3시간이 넘게 단속이 이어졌다. '고(故)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부지역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등에 따르면 출입국은 한 시간 동안 미등록 이주민노동자 34명을 적발하고도 사전에 입수한 명단보다 수가 적다며 수색을 이어갔다.
출입국은 왜 머릿수에 집착했을까. 취재진은 법무부의 연례 '성과관리 시행계획 및 자체 평가계획' 문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문서에는 법무부 내 관리과제 별 성과지표와 측정 방법, 2025년 목표치 등이 명시돼 있다.
이 중 '미래지향적 이민행정' 목차에 실린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절차 강화 및 보호 업무 체계 개편' 과제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는 '①불법체류외국인 출국 조치 실적(명수+자진출국자수)'과 '②보호외국인의 출국을 위한 평균 보호기간(일/보호연인원, 보호실인원)'이 제시돼 있다. 2025년 목표치는 ①번이 8만6645명, ②번이 10.8명이다.
법무부는 별도로 '성과관리 시행계획'을 통해 "출입국사범 단속 과정의 적법절차 준수 및 거부 시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 적법절차에 따른 단속 활동으로 단속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요소 최소화"라는 계획을 수립하긴 했지만 이 절차의 적법성·인권보장이 성과로 평가받지는 않는다.
울산이주민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단속·구금 과정에서 사망자는 총 25명, 부상자는 총 32명 발생했다. 어디까지나 정부 공식 집계가 아닌 시민단체 등이 파악한 수치로 실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11월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앞두고 스리랑카 출신 D 씨가 지하철에 투신했으며 바로 이튿날, 방글라데시 출신 B 씨가 단속의 두려움에 공장에서 목을 맸다. 이 밖에도 단속의 공포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바다에 몸을 던지거나 도망치다가 추락사했다. 다리·척추가 부러지거나 기계장치 속에 몸을 숨겼다가 발목이 절단되는 사례도 있었다. 단속 머릿수가 성과의 기준이 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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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이주인권 셋 대표는 "법무부의 미등록 이주민 정책 기조는 과거부터 일관되게 단속·감축 중심의 관리에 초점을 두어 왔다"며 "최근 들어 이런 기조는 더욱 강화된 양상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민 수는 정부가 설정한 목표 수준만큼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위원회)는 2018년에 이어 올해에도 구조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한 채 단속·억제 중심의 정책을 펴는 정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우려를 표했다.
위원회는 "단속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다치거나 사망한 이주민에 대한 통계와 배상을 포함한 후속 조치에 대한 정보를 수집 및 공개하라"고 권고했으나 한국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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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떨어지게 만드는 단속에서 '인권 기반 체류'로 양지화를
정부의 목표는 2027년까지 미등록 이주민 수를 2023년 대비 50% 수준인 20만 명대로 줄이는 것이다.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등록 이주민 수는 39만7522명이다.
체류자격(비자)별 미등록 체류율은 2024년 12월 기준 △선원취업(E-10) 비자가 45% △일반연수(D-4) 28.4% △비전문취업(E-9) 16.0% △방문취업(H-2) 3.2% 순이었다. 어선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는 선원취업 비자 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하면 업종보다는 업장의 환경과 노동 지속 가능성에 따라 미등록 체류율이 달라진 점을 알 수 있다.
임 대표는 "미등록 이주민 규모가 단속과 강제 출국 조치보다는 코로나 팬데믹·사증면제 확대·경제이민 수요 확대 등 구조와 환경적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아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최희성 행정사(단비)는 "40만 가까운 미등록 이주민을 상대로 전부 단속하겠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농어촌이나 산단은 미등록 이주민들이 없으면 전혀 운영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은 사소한 이유로 '불법' 딱지를 받고 미등록 이주민 신세가 됐다. 체류 연장을 위한 비자 변경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비전문취업 비자에서 숙련기능인력 비자로 변경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고용 기간 유지와 연간 2500만 원 이상의 소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다음 해 계약 연봉 하한까지 정해져 있다.
최 행정사는 지금까지 봐 온 숱한 '미등록' 전락 사례 중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A 씨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A 씨는 서울 소재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친구들과 국내 스타트업에 취직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두 차례의 생계형 아르바이트 이력에 발목을 잡혔다. 그에게 코리안 드림의 결말은 보호소와 추방이었다.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민은 줄이고 유학생들은 30만 명까지 유치하겠다고 하는 지금 단 한 명의 '미등록'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비자별 활동 범위를 세분화할 것이 아니라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미등록이주민을 단속으로 배제할 대상이 아니라 체류 과정에서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 축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행정사는 "이공계에서 제조업체 중견급 이상 직종으로 갈 수 있는 학생들은 E-7-M비자(K-CORE)로 풀어줘도 괜찮겠지만 E7-1(특정활동 비자)에 해당하는 이들도 한국에서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다면 여러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맞는다"고 했다. 가령 지역의 경우 생산라인 등에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중간관리책을 맡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반면 단속 중심의 현행 이주민 정책을 고수한다면 문화 사업을 발판으로 크게 도약한 한국의 위상에 흠집이 날 공산이 크다.
임 대표는 "국제기구의 인권보고서·인신매매 보고서 등에서 이주노동자의 경우 노동력 착취 등이 인신매매의 큰 요소로 간주된다. 한국이 정책적 개선 없이 (강제단속 중심의) 일방적 방향을 추구한다면 결국 국제 사회의 기준에 있어 인권 선도 분야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 기반의 체류·노동정책'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체류자격을 세분화할수록 쉽게 미등록 이주민이 되고 단속의 대상으로 전락해 음지로 숨어들게끔 하기보다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임 대표는 "일부 지역에서도 결국은 (이주민 노동자를) 지자체 인구로서 받아들이려는 생각도 있고, 그렇다면 적어도 사업장 변경 제한은 풀어줘야 한다. 국민에게 인정되는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사람'에게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realkw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