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앞마당에서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 의식을 행하고 있다.(공동취재) 2025.12.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25일 성탄절을 맞아 연대와 나눔의 자세를 강조하며 교만과 이기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0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열었다. 명동성당 앞마당에선 아기 예수를 말 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 의식이 미사에 앞서 진행됐다.
정 대주교는 강론 서두에서 "동방박사들이 별빛의 부르심에 응답해 아기예수님을 찾아 나섰듯 우리도 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 작은 불꽃을 들고 희망의 여정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하느님과의 친교는 이웃과의 연대와 나눔으로 구체화된다"면서 "교만과 이기심이 이 친교를 약하게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며 공동체까지 흔들리게 한다"고 강조헀다.
정 대주교는 "세상은 경쟁과 힘의 논리에 흔들리고 있지만 주님께서는 나눔과 섬김의 길이 인간 존엄을 꽃피우는 길임을 보여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우리 곁의 누군가에게 사랑 한걸음을 먼저 내딛는 용기를 냅시다"라면서 "우리의 작은 응답이 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 성탄의 빛을 다시 피워 올릴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성탄 은총이 가장 외지고 어두운 곳에 먼저 충만히 내리기를 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외벽에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미디어파시드가 펼쳐지고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날 명동성당에는 성탄절 미사에 참여하려는 신자들과 시민·관광객 등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정에 시작되는 성탄절 밤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7시쯤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성당을 찾은 시민들은 미사에 참여하거나 새해 소망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에 있었던 평일 미사를 마치고 나온 대학생 박시현 씨(20)는 "할아버지가 암으로 아프신데 쾌차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도했다"면서 "그리고 내년도 올해처럼 항상 행복하고 따뜻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씨와 함께 미사에 참여한 남자친구 장현우 씨(20)는 "집이 포항이라 혼자 사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이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예원(22) 씨는 내년 2월 입대를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 복바다 씨(21)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내년 대학 4학년을 앞두고 있는 손 씨는 "마케팅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취업도 잘 됐으면 좋겠고, 목표한 학점으로 졸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복 씨도 "군생활을 건강히 보낼 수 있으면 좋겠고, 어머님이 학원을 운영하시는데 그것도 잘 되면 좋겠다"고 했다.
명동성당 입구에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크리스마스트리에 '소망 카드'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트리에는 각자 가족·연인·친구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리는 문구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내와 함께 소망 카드를 작성하던 김 모 씨(62)는 "몇 달 전에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때 이후로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면서 "아내도 그렇고 우리 자식들도 항상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썼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