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 완주군 운주면 엄목마을에서 한 차고지가 폭우로 인해 차량과 함께 파손돼 있다. 2024.7.1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기후위기에 따른 해안 피해는 수심이 얕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집중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수도권을 포함한 전 해안에서 위험이 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탄소중립 달성이 지연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연안 재해 고위험 지역 비중이 현재보다 40% 이상 늘어나며, 전남 해안과 경남 남해안을 중심으로 피해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2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최근 한국기후변화학회를 통해 발표한 '연안재해 부문 기후위기 적응정보 생산 및 활용 방안 연구'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미래 연안 재해 위험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전국 연안에 위치한 73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양조사원 해양과학조사연구실은 태풍, 폭풍해일, 파랑, 해수면 상승 등 5개 해양 외력 지표와 인구·건물·도로·양식장 등 8개 노출 지표, 고령 인구와 침수 면적, 재난 대응 여건 등을 포함한 12개 취약성 지표를 종합해 연안재해 위험을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평가에는 온실가스가 현재 추세대로 배출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가 적용됐다.
한반도 동·서·남해안의 미래 기간별 위험 평가 분석 결과(한국기후변화학회 제공) © 뉴스1
분석 결과, 가까운 2040년까지는 전남·경남 남해안과 제주 해안을 중심으로 재해 위험이 먼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폭풍해일과 파랑, 해수면 상승 등 자연 외력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며, 위험 등급이 '높음' 이상인 연안 구간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2041~2060년으로 가면 위험 지역은 남해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해 중·남부 연안과 동해 일부 구간까지 고위험 지역이 확산하며, 연안 전반에서 재해 위험 등급 4~5단계에 해당하는 구간이 뚜렷하게 늘어난다. 단발성 피해가 아니라, 반복적인 침수와 시설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시점이다.
21세기 말인 2081~2100년에는 위험 증가 폭이 더욱 커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폭풍해일과 파랑, 해수면 상승 등 위해성만 놓고 봐도 고위험 구간 비중은 근미래 대비 71.4% 증가했다. 노출성과 취약성을 함께 반영한 종합 위험 지수에서도 위험 등급 4~5단계에 해당하는 연안 비중이 4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위험해진다'는 수준을 넘어, 피해가 일상화될 수 있는 지역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특히 이 시기에는 남해와 서해 대부분이 고위험 또는 최고 위험 등급으로 전환되고, 동해안 역시 고위험 구간이 연속적으로 형성된다. 연구진은 연안 재해 위험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위해성의 가중치가 0.43으로 가장 높게 설정돼 있어,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위험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해안 재해가 수심이 얕은 지역에만 집중된다는 인식이 과학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준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해안 피해는 특정 해역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라 전 연안으로 확산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