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한파가 낫다"…마라톤 대회 증가에 경찰 피로도↑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전 06:31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마라톤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비마라톤인 뿐만 아니라 교통경찰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마라톤 대회 수가 급증하면서 대회 관리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면서다. 교통경찰관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최 측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1월 23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제10회 김대중 평화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음(사진=뉴시스)
◇작년 마라톤 대회 참가자 100만명 돌파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2022년 이후 열린 마라톤 대회와 참가자 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엔 141번 열린 대회에 33만명이 참여한 데 이어 2023년 205건·78만 2388명, 2024년 253건·100만 4172명까지 늘어났다. 올해도 9월까지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136회·69만 1637명에 이른다. 통상 마라톤 대회가 봄·가을에 집중 개최되는 것과 최근 마라톤 인기를 고려하면 올해 총 마라톤 대회 개최 수와 참가 인원 역시 작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2022~2024년 599차례의 마라톤 대회에 교통 통제와 안전사고 관리를 위해 투입된 경찰은 모두 3만 6212명에 이른다.

일선 경찰들은 잦은 마라톤 행사 탓에 비번인 날에도 자원근무를 하고 있다며 피로를 호소한다. 자원근무는 휴무자 중 희망자를 근무하도록 해 부족한 인력을 보강하는 경찰의 근무 방식이다. 경찰청이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라톤 행사가 주로 개최되는 서울 교통경찰들의 초과 근무 시간은 2023년 14만 4277시간에서 지난해 15만 6708시간으로 약 9% 증가했다.

한 일선 경찰서의 교통과장은 “교통경찰은 4교대 근무가 원칙”이라며 “요즘은 마라톤 행사 탓에 주말만 되면 직원들을 다 동원해야 업무가 가능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비번 근무자들도 예외 없이 자원근무를 해다보니 요즘 직원들 사이에서는 교통업무 담당부서가 일종의 기피 부서로 꼽힌다”며 “집회나 행사가 많은 주말에는 자원근무자가 없이는 근무가 힘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 일선 경찰서에 근무하는 A경위는 “최근 급증한 마라톤 행사 탓에 인력이 부족해 자원근무를 신청한 적이 부지기수”라며 “특히 대학별 논술고사 일정과 마라톤 행사가 겹치는 11월~12월은 과로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B경사는 “일선 교통경찰들 사이에서는 한파가 몰아치더라도 ‘마라톤 대회가 열리지 않는 한겨울이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며 “마라톤 대회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교통 통제와 안전관리, 불편 민원 해결 등을 모두 우리가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근무 증가로 피로누적…“주최측 책임 강화해야”

이처럼 교통경찰의 피로 누적은 자연히 다른 업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마라톤 대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면 경찰과 함께 대회 주최측이 관리에 대한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마라톤 행사의 교통 관리는 주최 측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지자체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는 형식이다. 경찰이 안전사고 및 교통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최 측의 재정 부담은 없다.

전문가들은 마라톤 행사 주최 측이 보다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라톤 행사에 따른 치안유지는 경찰이 도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치안협력은 필요하지만 주최측이 민간 경비업체 등을 고용하면 더 세세하고 정교한 질서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주최 측이 안전관리 등을 경찰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구조”라며 “대부분의 마라톤 행사에서 참가비를 받는다. 참가비를 이용해 민간 경비업체 등을 고용해서 경찰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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