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 뉴스1
타인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 주는 책임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사가 청구한 구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 손해보험사가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2021~2021년 건물 소유주인 B 씨와 해당 건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C 씨는 각각 A 보험사 화재보험에 나란히 가입했다. 이후 2022년 8월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화재가 발생해 6억9000여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보험사는 B 씨에 건물주 명의 보험으로 2억 원, 임차인 명의 보험으로 4억9000만 원을 지급하며 피해액을 모두 보상했다. 이어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주에 지급한 보험금 2억 원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쟁점은 A 보험사의 건물주 보험과 임차인 보험이 중복될 때 건물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임차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다.
1심은 보험사 청구를 기각했다.
건물에 화재예방시설이 없는 점에 비춰 화재에 취약한 건물에서 발생한 책임을 임차인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임차인의 배상 범위는 총손해액의 70%인 4억8000만 원 상당으로 책정하고, 이미 임차인 보험으로 해당 금액 이상이 배상됐으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보험사 청구가 정당하다며 임차인이 1억2000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보험자 대위권(보험사가 피보험자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규정한 상법에 따라 구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임차인의 배상 비율은 2억 원의 60%로 제한했다.
상법 682조는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생긴 경우 보험금액을 지급한 보험자는 지급액 한도에서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정한다.
하지만 대법은 임차인 계약에 책임보험이 포함돼 있어 구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타인에 대해 법률상 배상책임을 지게 된 경우 손해액 전체를 보험사가 보상해 주는 책임보험을 원심이 고려하지 않아 심리가 불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진 채권자인 동시에 책임보험에 대한 채무자가 되어 사실상 권리가 소멸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은 "원심은 임차인 보험계약이 책임보험계약을 포함하고 있는지,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화재로 부담하는 배상책임도 보험사에 의해 보상되는지 등을 심리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보험자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usur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