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후 서울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대합실에서 1역사 1동선 사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서울시는 29일 서울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에서 ‘전역사 1역사 1동선 확보 기념식’을 개최했다. 1역사 1동선은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타인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다.
서울지하철 역사 내 승강기 설치는 서울시의 해묵은 과제였다. 2001년 1월 22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전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승강장 시위가 이어졌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2년 8월 누리집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는 2004년까지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2006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 이후 2007년 ‘지하철 이동편의시설 확충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역사별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정책 기틀을 마련했다.
박원순 전 시장 역시 두 번째 임기인 2015년 장애인의 날을 맞아 2022년까지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승강장까지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1역사 1동선)는 취지의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실천계획’을 발표했다.
1역사 1동선 사업은 수도권 지하철과의 연계 때문에 인프라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노후 시설이 많아 엘리베이터 설치가 더디게 진행됐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약 18년간 1751억원을 투입했지만 건물 민원과 사유지 저촉, 지장물 처리와 지반 시공 때문에 17개 역사는 오랫동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었다.
5호선 까치산역은 추진이 가장 어려웠던 역사 중 하나였다. 지상부 공간이 협소하고 단단한 극경암이 발견돼 시공단계까지 사업에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양측 외벽을 ‘ㄷ’자로 지하 굴착하는 특수공법을 도입해 내부 대합실에서 승강장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동선을 만들었다.
◇모든 역사 10분 내 환승 시대로…“이동은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할 권리”
서울시는 교통약자와 모든 시민의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전 역사 10분 내 환승’을 포함한 지하철 혁신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3년간 이동편의시설과 관련된 민원을 전수 분석한 결과 △노원역 △건대입구역 △고속터미널역 △온수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등 13개 역사에 관련 요구가 집중됐었다. 해당 역사들은 일부 설계구조나 다수 노선의 환승 때문에 환승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이들 역사를 사업대상으로 선정해 △내부 환승통로 설치 △내부 엘리베이터 설치 △서울동행맵 맞춤형 내비게이션 제공을 추진한다. 13개 주요 환승역사는 수도권 환승객을 포함해 하루 94만 4000명이 이용한다. 사업이 진행되면 교통약자의 환승시간이 평균 23.3분에서 9.8분으로 짧아지고, 평균 환승시간은 7.8분에서 4.3분으로 44.9%나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지하철 50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뜻깊은 날”이라며 “이동은 선택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권리로 서울 지하철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접근성을 갖추며 또 하나의 ‘약자와의 동행’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면서 서울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한 활동가는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죽어나간 장애인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느냐”며 “(오 시장은) 아직도 계산 논리를 앞세워 장애인 권리를 뒷전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29일 서울시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리프트추락 사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