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오른쪽부터)와 김형근, 오정희, 박상진, 문홍주, 김경호, 박노수 특검보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으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180일간의 수사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윗선이라는 뜻에서 '브이 제로'(V0)로 불렸던 김 여사의 국정농단 정황을 드러내는 성과를 냈다.
전직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 속에 출범한 특검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뒤집고 의혹에 머물러 있던 범죄 행각들을 규명했다.
하지만 수사를 끝마치지 못한 의혹들이 남았고,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과 관련해 야당에 대한 편파 수사를 했다는 논란과 수사 과정 중 문제로 강압 수사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尹 정부 동안 의혹 머무른 김건희 사건들 규명…뒤집힌 檢 수사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 중복으로 기소된 인원을 포함해 총 76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의 최대 성과는 특검팀 출범의 계기가 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관련 '3대 의혹'에 관한 결론을 낸 것이다.
김 여사가 전주(錢主)로 가담했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일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됐을 때부터 제기됐던 의혹이다.
중앙지검은 윤석열 정부인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를 처음 조사해 '늦장 수사'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 과정에서도 대통령경호처 건물에서 검사들이 김 여사를 따로 찾아가 조사한 사실이 알려지며 '황제 조사' 논란까지 일었다.
검찰은 결국 석 달 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다른 피의자들은 재판에 넘기면서도 김 여사는 무혐의 처분해 국민적 의구심이 제기됐다.
올해 4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서울고검은 재수사 결정을 내렸지만 사건은 특검팀에 이첩됐고, 그 끝에 김 여사에 대한 구속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알고 있었고 공모까지 했다고 판단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의혹도 지난해 9월 처음 불거지며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검찰에서는 이 부분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다.
특검팀은 2022년 대선 전후 명 씨로부터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김 전 의원 자택, 명 씨와 김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 씨로부터 2억 744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그 대가로 이들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의혹이 무성했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둘러싼 의혹도 특검팀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드러났고, 이에 더해 통일교의 '정교유착' 시도 정황까지 구체적으로 규명됐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전 씨를 통해 통일교 간부 등으로부터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등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검팀이 출범하기 전에 전 씨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 여사 선물용 금품을 받기는 했지만 모두 잃어버렸다"는 전 씨의 진술을 확보한 이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특검팀은 전 씨의 법당,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소환 조사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이후 구속기소됐던 전 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고 김 여사에게 통일교 측의 선물을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이같은 전 씨의 새로운 진술은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는 김 여사 측의 주장 신빙성을 의심받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전 씨에 대한 수사 내용을 토대로 김 여사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김 여사를 기소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청탁을 통해 실현하려했던 교단 현안을 살펴보며 김 여사가 전 씨와 공모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인을 입당시켜 '윤심'(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호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려 한 정황도 파악했다.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당대표로 밀었으나, 권 의원이 불출마하자 김기현 의원을 밀었다는 혐의도 찾아내 정당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했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현대판 매관매직'이라고 언급할 만큼 영부인 신분이었지만 직접적으로 김 여사가 금품을 수수하고 국정 인사에 관여한 정황도 파악했다.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신분이지만 사실상 그보다 위에 있다며 '브이제로'(V0)로 불린 이유를 가늠케 하는 사건들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 일가를 압수수색하며 발견한 명품 귀금속, 금거북이, 고가 그림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며 이를 받은 경위와 청탁 내용을 파악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김상민 전 부장검사, 대통령실 로봇개 계약을 수주했던 사업가 서성빈 씨 등을 특검팀은 공여자로 추적해냈고, 이들을 조사해 재판에 넘겼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었던 김 여사에 대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집사 게이트' 김건희 연결고리 규명 못해…편파수사 논란도
김 여사 일가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 씨를 둘러싼 '집사 게이트' 의혹은 특검팀이 명확하게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점으로 꼽힌다.
베트남에 체류하던 김 씨를 체포해오며 집사 게이트는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김 씨와 김 씨가 연관된 회사 IMS모빌리티가 카카오, HS효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김 여사의 친분을 이용해 부정한 투자를 유치했다는 의혹은 결국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김 여사가 투자 유치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
또 김 여사의 '매관매직'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공모했는지 여부도 밝혀내지 못해 알선수재 혐의보다 형량이 높은 뇌물죄 적용 여부를 끝내 판단하지 못했다는 점도 특검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김 여사 일가의 특혜가 의심됐던 '양평고속도로 종점부 변경' 의혹과 관련해 변경을 지시한 윗선으로 거론됐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조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 것도 부족했던 점으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정된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수사를 이어가면서도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9월 30일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 국면에서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특검팀 지휘부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며, 특검팀의 수사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안팎의 의구심이 일었다.
지난 10월에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A 씨가 강압 수사와 회유를 받았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기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검팀은 강압 수사 의혹을 부인했고,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고발되고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 특검의 불법 주식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2010년 분식회계가 적발된 태양광 소재 업체 네오세미테크의 주식을 매도해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알려져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팀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뿐만 아니라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사건도 수사하며 주식 관련 범행들을 밝혀내는 입장에서 민 특검의 이러한 과거 행적이 특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일었다.
수사 기간 말미에는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던 특검팀이 국민의힘 연관 사안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알리면서도, 여당 의원들도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을 확보했지만 수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편파 수사' 의혹도 불거졌다.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수사 기간이 끝난 뒤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하려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즉시 국수본에 이첩한 이후에도 비판의 시선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날 최종 결과 발표를 한 특검팀은 정식으로 해산했다. 이후에는 수사를 끝마치지 못한 사건들을 정리해 국수본으로 이첩하고, 공소 유지를 위한 최소 인원만 특검팀에 남는다.
hi_na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