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엔 못 가지만"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서울서 수백명 추모 발길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29일, 오후 06:13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디지털 분향소에 놓인 방명록. 2025.12.29/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공식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수도권 곳곳의 분향소를 통해서도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수도권에서는 지난 22일부터 △김포공항 △인천국제공항 △서울역 △용산역에 분향소가 운영됐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차려진 분향소의 디지털 게시판에는 '이런 마음 아픈 참사가 다신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보내드렸지만, 언젠가 따뜻한 봄빛 아래서 다시 웃으며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등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손 글씨가 적혀 있었다.

분향소에 펼쳐져 있던 19장 분량 방명록에도 양면 가득 추모 글귀가 적혔다. 방명록에는 고등학생부터 한자를 병기해 가며 애도의 마음을 전한 어르신의 글이 있었고 방명록 옆에는 시민이 두고 간 국화꽃들이 놓였다.

추모를 위해 서울역을 찾아왔다는 대학생 김다은 씨(21·여)는 "작년에 뉴스를 봐서 29일에 일이 있었던 건 기억을 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서울 보신각 터에서 있었던 시민 추모대회를 갔다 왔다"며 "다들 이렇게 빨리 잊힌 참사는 처음이라고 얘기하신다. 그래서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고,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것들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참여했다"고 했다.

김 씨는 "당시에 계엄이라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탄핵과 내란 종식에 맞춰져 있었기도 하고, 여객기 참사라는 것 자체가 원인을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를 보통 시민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저도 잘 모른다"며 "해결이 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제가 구조적으로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종로 일대에서 분향소를 찾아왔다는 하 모 씨(60·여)는 "원래 무안에 가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서 여기서 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들렀다"며 "아무것도 해결된 것도 없고 관련자가 처벌받은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 씨는 "답답해서 들렀다"며 "사고당한 사람은 본인이 다 겪어야 될 일이지 않나. 내 자식 일이 안 되리라는 법도 없고 저희 부모 일이 안 되리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디지털 분향소을 찾은 시민들. 2025.12.29/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이날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도 분향소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분향소에서 재생되던 추모 영상을 보던 권혁수 씨(60)는 "이걸 보니까 아이고, 벌써 1년 됐구나 이 생각이 든다"고 했다. 권 씨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힌 글귀를 가리키며 "저기 다들 잘 적어놨다. 다들 저런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으로 가려던 길에 분향소를 발견했다는 이시우 군(13)은 "평소에 비행기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참사가 좀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게시판에 추모 글귀를 적었다.

비행기 제작과 조종을 목표로 한다는 이 군은 "작년에 12월 29일에 있던 참사라고 기억하고 있었다"며 "더욱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분향소 앞에서 추모 글귀를 보고 한참 머뭇대던 김 모 씨(67)는 "티브이로 처음 볼 때는 5명이 사망했다고 그러더니, 170명이 되고 전원 사망이라 하더라"며 "팔순 잔치에 (여객기를) 타고 가가지고…. 그걸 보면 참 안타깝다"며 말을 흐렸다.

분향소 관계자에 따르면 8일간 680여 명의 시민이 참사 1주기를 기억하러 서울역 분향소를 찾았다. 방명록은 네 권이 쌓였다. 참사 1주기인 이날은 평일임에도 80여 명의 시민이 찾아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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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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