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자에게 동물 돌려보내면 안 돼"…사육금지제 도입 속도낸다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29일, 오후 06:36

최근 연인과 다투던 남성이 포메라니안을 집어던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포메라니안은 다시 가해 소유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동물보호단체 위액트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반려견 '초롱이'는 다른 개에게 물린 뒤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방치돼 결국 숨졌다. 시민들이 뒤늦게 구조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관할 지자체는 초롱이를 '경비견'으로 분류해 반려동물 보호·관리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초롱이를 키우던 소유자는 지금도 또 다른 개를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연인과 다투던 남성이 집 안에서 포메라니안을 집어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동물은 지자체 보호소에서 보호 중이지만, 가해 소유자가 보호비를 납부하고 사육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하면 법적으로 되돌려줄 가능성이 크다. 동물을 다시 위험 속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모순된 구조다.

이처럼 학대가 드러나도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막는 제도가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논의가 국회에서 다시 시작됐다.

29일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가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방치 학대로 사망한 초롱이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학대자에게 다시 동물을 돌려보내는 현실, 상식과 어긋나"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이헌승·한정애), 송옥주·윤준병 의원실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사육금지제도는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2022년 전부개정안에도 포함됐으나 기본권 침해 논란 등으로 최종 제외됐다. 이에 정부는 제2·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과 국정과제에 해당 제도를 반영해 2027년까지 입법화를 목표로 다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관련 법안 2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사육금지제는 피해동물을 반복적 위험에서 분리하는 최소 안전장치"라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논의"라고 말했다.

동물학대, 아동학대와 구조적으로 닮아…사전 개입 필요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어웨어 제공). © 뉴스1

첫 발제에 나선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K-농정 협의체의 논의안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사육금지명령은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부과한다. 중대한 학대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고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게 1~5년 범위에서 동물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박 교수는 동물학대가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렵고, 사적 공간에서 장기간 반복된다"는 점에서 아동학대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초롱이 사례처럼 방치가 단순 관리 소홀로 축소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어떤 행위가 학대인지 명확히 규정해야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한다"고 말했다.

해외는 접근 자체를 차단…한국도 범위 확대 논의 필요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독일·스위스·스웨덴·오스트리아·영국·호주·미국 등 7개국 사례를 분석해 소개했다. 해외 사육금지제는 △중대한 학대뿐 아니라 방치·관리의무 위반까지 포함 △동물 관련 업무·봉사·동거까지 금지 범위 확대 △영구 금지 및 몰수를 폭넓게 인정 등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국가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동물학대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임시 사육금지명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도 동물 접근·접촉 자체를 폭넓게 제한하고, 피학대 동물뿐 아니라 함께 있던 다른 동물까지 신속히 보호·몰수할 수 있는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수 없이는 제도 반쪽…현장 집행 기준도 보완 필요
토론에서 천명선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는 "시민 96%가 동물학대자 사육 제한에 찬성할 만큼 사회적 동의는 이미 충분하다"며 "수의계에서도 동물학대를 과학적으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구분,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도 도입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몰수 조항 없이 사육금지제는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고 지자체 부담만 키운다"며 "이미 늦어진 만큼 완성도 높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선 서울시 동물복지시설팀장은 "사육계획서, 보호비 산정 등 현행 제도 보완과 애니멀 호딩 같은 유형까지 고려한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남소정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동거가족 문제와 집행 실효성 등 기본권과 현실 운영 사이의 균형 있는 설계를 주문했다. 보호관찰 제도와 연계한 점검 체계 구축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법체계 안에서 활용 가능한 제도와 몰수 체계 설계 시 유념할 점을 제시했다.

이연숙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2027년 도입 목표에 맞춰 내년에 구체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사회와 토론 좌장을 맡은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피학대동물 격리 조치는 일시적이고 지역별 편차도 크다"며 "사육금지제 도입은 우리 동물보호 제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이미 동물을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학대 재발을 사전에 막기 위한 법·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학계·시민사회·정부가 함께한 이번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제도 설계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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