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인가 마케팅인가, 쿠팡의 ‘꼼수 보상안’ 논란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후 08:10

쿠팡 물류센터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한 달 만에 1인당 5만 원, 총 1조 6850억 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이 제시한 소비자 보상금액으로는 최대 수준이지만, 보상 방식과 시점을 두고 진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회원 3370만 명(탈퇴 회원 포함)에게 내년 1월 15일부터 5만 원 상당의 자사 서비스 이용권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용권은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 원 △명품 전문관 알럭스 2만 원으로 구성됐다. 각 항목은 1회 사용 한도가 있으며, 쿠팡 플랫폼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금이 아닌 쿠폰 형태의 보상이라는 점에서 실질적 피해 구제보다는 마케팅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권 중 약 80%가 여행(쿠팡트래블)과 명품(알럭스) 등 상대적으로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에 배정돼 실제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추가 결제 없이는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발표 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쿠팡의 보상안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사과문을 낸 다음 날이자, 개인정보 유출 관련 국회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여야 일부 의원들은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여론 완화용 조치로 비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등이 연 ‘반노동 반사회 범죄기업 쿠팡 규탄 노동자 시민 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재무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현금이 아닌 자사 서비스 이용권을 발행하면 기업 외부로 직접적인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고, 쿠폰 사용 시점에는 매출로 인식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담을 최소화한 내부 순환형 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소비 촉진형 이용권 지급은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실질적 배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추가 구매나 재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에 가깝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보상안을 거부하고 집단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소비자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쿠폰 형태의 보상은 피해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민사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은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여러 로펌이 별도의 공동소송 창구를 열어 1만 명 이상 원고 소장을 접수하거나, 추가로 수만 명 규모의 후속 접수를 준비 중이라는 공지들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대구참여연대에 따르면 지역에서 현재까지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1만 2000여 명으로, 참여 인원이 많아 내달 10일까지로 모집 기간을 늘렸다.

해당 보상안에 대해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이번 안은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실질적 대응 의지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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