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대기업 안전 정책을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재해가 몇 건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사망만인율이 국제적 기준이나 국내 기준에 부합하는 지를 따져야 한다. 정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의 안전 시스템을 평가하고 사고의 내용과 발생 경위를 따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우 예방을 소홀히 해 얻은 이익보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도록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예산과 인력을 집중 지원해 사업주와 종사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몇 년 전 독일의 한 금속가공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다. 둥근 회전톱이 아무런 방호조치 없이 작동되고 있어 필자가 안전조치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런데 담당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곳은 출입금지 지역이다.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데 안전장치가 왜 필요하느냐”고 반문했다.
‘1:29:300 사고이론’을 만든 세계적인 안전전문가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사고의 88%는 불안전한 행동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1:29:300 사고이론’은 중대사고 1건당 경미한 사고 29건과 무해한 이상 징후 300건이 선행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해예방 비용이나 안전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지원을 받는 사업주에게 반드시 안전교육을 받도록 한다면 현장의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사업주 요율제 교육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예방 중심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9월 발표한 노동안전대책에 따르면 감독관 수를 증원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감독권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에 해당 내용이 반영됐다. 산재예방은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감독 인력의 증원도 중요하지만 취약한 전문성과 업무 중복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정부는 점검과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심판의 역할을 담당하고 예방은 안전보건 전문성을 확보한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예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초보 사냥꾼은 사냥감을 쫓아가서 잡지만 유능한 사냥꾼은 길목에서 기다리다 잡는다.
산업재해는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 시설이나 설비가 안전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불안전한 행동을 하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납기 마감에 쫓기거나 이상 기후에 의한 환경적 요인도 사고발생에 한몫을 한다. 산재사망 감소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안전보건 총 자원을 활용한 총력전이 필요하다. 원청과 하청, 공공과 민간,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촘촘한 예방전략이 필요하다.
산재사망 감소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