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5만원 쿠폰'의 함정…50만 소비자 공동소송 걸림돌 되나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4:56

[이데일리 성가현 기자]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보상으로 발표한 5만원 상당 구매이용권이 향후 소비자 공동소송에서 시간 지연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왔다.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개인정보 ‘노출’이란 표현을 ‘유출’로 수정하고 유출 항목과 피해 예방 안내를 재공지한 가운데 8일 서울 송파구 본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법인 일로는 전날 집단소송 카페에 “쿠팡에서 제공하는 보상 쿠폰을 사용했다가 본인이 모르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쿠폰 사용을 자제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지를 게재했다. 앞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 대상으로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동소송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쿠폰을 사용하게 되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쿠팡측이 향후 재판에서 쿠폰을 사용한 고객에게 보상안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할 수 있어서다. 특히 쿠팡은 결제 단계에서 쿠폰이 자동 적용되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쿠폰을 사용할 위험도 있다.

박정문 법무법인 일로 대표변호사는 “쿠팡이 재판부에 ‘이 고객은 혜택을 받았으니 합의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거나 최소한 배상액에서 쿠폰 보상액을 깎아달라고 나올 수 있다”며 “그러면 재판 과정에서 다퉈야 할 쟁점이 늘어나 판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당장 큰돈이 들어갈 시간을 버는 것”이라며 “이 점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측이 쿠폰을 지급하며 약관에 부제소 합의를 포함할 가능성도 있다. ‘부제소 합의’라는 어떤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 간 원만한 타협 후 추후 민형사상 소송을 일절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박 대표는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쿠폰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부제소 합의’나 ‘일부 보상 완료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몰래 끼워 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은 쿠폰 한 장에 내 소중한 권리를 통째로 넘기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약 3379만개의 고객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고 공지했다. 이에 불안에 떠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공동소송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동소송 참여 피해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제공한 구매 이용권은 총 4종으로 △쿠팡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R.LUX 뷰티&패션 2만원 △쿠팡트래블 2만원 등이다. 단 도서·분유·상품권 등 일부 상품을 구매할 때는 사용할 수 없다. 현금으로도 교환 불가능하다. 쿠팡은 내년 1월 15일부터 쿠폰을 지급할 계획이다. 쿠팡 측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책임을 통감하는 마음으로 불편을 겪으신 고객님께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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