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ㅇㅇ들아” “김범석 좀 잡아달라”…쿠팡 유가족 눈물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5:11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의 유가족들이 쿠팡 측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30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 숨진 쿠팡 노동자 고(故)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 고(故) 오승용씨의 누나 오혜리씨가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장씨는 2020년 대구 칠곡 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동안 일용직으로 야간노동을 하다 과로사로 숨진 노동자다. 오씨는 지난달 새벽배송 일을 하다 제주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날 박씨는 연신 “재판장님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말하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 개XX들아”라며 쿠팡 전현직 임원들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 위원장은 박씨에게 “말씀하실 수 있겠나. 시간을 충분히 드리라”며 그의 발언에 경청했다.

울먹이다 발언을 이어간 박씨는 자신을 “쿠팡 최고책임자 김범석의 지시에 의해 은폐되어 기록에 남겨지지 않은 27세 대한민국 건강한 청년 노동자 장덕준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장씨가 일했던 곳이 노동 강도가 높기로 손꼽히는 칠곡 물류센터 7층이라는 점을 밝히며 “아들을 잃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집과 생활 터전 모든 것을 잃었다. 상처를 치유할 시간도 없이 마주한 진실은 우리 가족을 다시 절벽으로 내몰아 파탄시켰다”고 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장씨 사망 사건 축소·은폐 지시 의혹과 관련해 박씨는 “덕준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전국을 돌며 거리를 헤매던 그 모든 순간이 김범석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고 잠을 잘 수 없다”고 분개했다.

사진=KBS 유튜브 채널 캡처
동시에 “김범석이 내놓은 사과 메시지를 봤다”며 “그 속에 본인이 덕준이에게 저지른 ‘산재 은폐 지시’에 대한 사과도, 쿠팡을 위해 뛰다 사라져간 노동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도 없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박씨는 “너무 괘씸하고 분하고 정말 용서할 수 없다. 제발 좀 김범석을 잡아달라”며 김 의장의 산재 은폐 의혹, 쿠팡의 노동환경 등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했다.

박씨에 이어 발언대에 오른 오씨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를 향해 “사과가 그렇게 힘드신가.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로저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말로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산업재해 인정과 보상을 요구하는 말에는 “(가족 대표자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더불어 청문회에서 고 장씨의 과로사와 관련해 김 의장이 노동 강도를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거가 제시됐지만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들의 진위가 확인된 바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박대준 대표도 이 사안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26일 택배노조와 고 장씨의 유족은 경찰청에 김 의장을 형사 고발했다. 김 의장이 ‘고인이 열심히 일한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 ‘휴게 시간을 부풀려라’고 지시하는 등 산재를 은폐했다는 취지다.

이에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26일 김범석 Inc 의장 등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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