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친밀한 폭력…연인 ‘계획 살인’ 급증

사회

이데일리,

2025년 12월 30일, 오후 05:18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최근 말다툼 끝에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남성이 체포되는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살인·치사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
30일 열린 성평등가족부의 제15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는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세분화한 친밀한 관계 내 살인·치사·폭력 범죄 통계가 처음 공개됐다.

2025년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치사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19명으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이 중 배우자 대상 범죄가 134명, 교제 관계 대상 범죄가 85명이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 미수 등(53.4%)이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살인 기수(계획 살인) 33.8% △폭행·상해치사 7.8%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75.8%로 여성(24.2%)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다만 남성 가해자 수가 전년과 동일한 데 비해 여성 가해자는 53명으로 전년(39명)보다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남성 가해자의 경우 61세 이상이 34.3%, 51~60세(24.1%), 41~50세(16.9%) 등으로 가해자 2명 중 1명 이상이 50대 이상 중·고령자였다. 여성 역시 고령층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노년기 갈등, 돌봄·경제 문제 등이 상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2024년 친밀한 관계 살인·치사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별 구성 비율(자료=경찰청 범죄통계)
관계로 보면 범죄자의 61.2%는 배우자였다. 전년(64.4%)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배우자 대상 범죄에서는 살해 의도는 없었으나 폭행이나 상해로 사망에 이른 치사 범죄 비율이 75%로 가장 높았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이나 신체적 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반면 교제 관계 범죄에서는 계획 살인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교제 관계 속 폭행·살해는 38.8%로 전년보다 3.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살인 기수 비율은 44.6%로 전년(32.4%) 대비 12.2%포인트 급증했다.

살인·치사에 이르지 않은 친밀한 관계 폭력 범죄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검거 인원은 5만 7973명에 달했다. 범죄 유형은 △폭행·상해(58.6%) △스토킹(11.2%) △협박·공갈(10.1%) 순이었다. 피해자가 배우자인 경우가 61.7%로 가장 많았다. 이 경우 폭행·상해(75.5%), 협박·공갈(70.0%), 체포·감금(36.5%) 등이 두드러졌다.

피해자가 교제 관계인 경우(38.3%)에는 디지털 성폭력(94.6%), 스토킹(85.2%), 강간·강제추행(83.9%) 등의 비중이 특히 높았다.

이날 스토킹 범죄 통계도 처음 공개됐다. 강력범죄의 연결 고리이기도 한 스토킹 범죄는 지난해 입건된 인원만 1만 3533명이나 됐다. 이는 전년보다 12.3% 증가한 규모다. 인구 10만명당 범죄율은 26.4건이었다. 가해자의 76.2%는 남성이었으나 최근 3년간 여성 비율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관계별로 보면 전·현 애인이 43.2%로 가장 많은 등 스토킹범죄는 주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이에 최근 3년간 경찰의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긴급응급조치 건수는 늘고 있다. 특히 서면 경고, 100m 이내의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구치소에의 유치 등과 같은 잠정조치 신청 비율은 지난해 91.1%나 증가했다. 반면 법원의 인용 비율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93.9%, 83.8%에 그쳤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번 통계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 폭력의 실태를 보다 명확히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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