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동소송 참여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개인정보 침해 분야에 ‘제외신고형(Opt-out)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공동소송보다 기업에 보다 강력한 사법적 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을 통해 피해구제는 물론 재발 방지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쿠팡 배송차량들의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 특성상 이같은 공동소송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별 피해 규모가 소액인 사건에서는 공동소송 참여로 얻을 실익이 적어 참여 유인이 부족하다”며 “더구나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 외에 피해자들 간 접점이 거의 없어 공동으로 소송을 조직하고 진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쿠팡을 상대로 한 공동소송은 과거 유사한 사건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피해자가 참여했지만 전체 피해자 규모 대비해선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증권분야에 한정해 2005년 도입한 제외신고형 집단소송제를 개인정보 침해 분야로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대표적인 제외신고형 집단소송제 도입 국가인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 침해 관련 집단소송에서 ‘조단위’에 육박하는 손해배상 지급 사례가 적잖다. 2018년 페이스북은 7억 2500만달러(한화 약 1조 500억원)를 지급했다.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관련 집단소송에서 147억~200억달러(약 21조~29조원) 손해배상 지급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집단소송은 피해자 일부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해 판결이 나오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다른 모든 피해자들에게도 동일한 효력을 인정한다. 박 조사관은 “소액·다수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개인정보 영역에서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체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을 대표적인 방법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개별 피해의 보상뿐 아니라 개인정보처리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도 크다”고 설명했다.
로피드 법률사무소의 하희봉 대표변호사는 “쿠팡 사태처럼 피해자가 수천만명에 달하고 피해액이 소액인 경우 집단소송제 없이는 사실상 피해 구제가 불가능하다”며 “재계에서는 소송 남발을 우려하지만 위법 사실이 명확히 확인된 경우에 한해 소송을 허가한다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다수의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