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의사 수요·공급 전망을 단일 숫자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정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최종 결정의 무게추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로 넘어가게 됐다. 추계위가 수급 전망의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이라면, 보정심은 그 결과를 토대로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최종 의사결정 기구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추계위는 그간 12차례 회의를 통해 의사 수요·공급 추계 모형과 적용 변수, 시나리오 범위를 논의해 왔다. 위원회는 의료 이용량, 인구 구조 변화, 은퇴 연령, 근무일수, 임상 이탈률, 정책 변수 등을 반영한 여러 가정을 조합해 결과를 도출했고, 이를 단일 결론이 아닌 범위로 제시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같은 결과가 의대 정원을 자동으로 확정하는 '숫자'는 아니다. 현행 제도상 추계위는 자문기구로, 의사 수급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추계 결과는 정책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며, 실제 의대 정원 규모와 조정 속도는 보정심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보정심은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정부 내 최고 수준의 협의체다.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관계 부처 차관급 인사와 공급자·수요자 대표,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의사인력 양성 규모 역시 보정심의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추계위 결과를 참고해 정책적 선택을 내리는 구조다.
보정심이 보는 기준은 단순한 '부족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 해소, 인구 구조 변화와 의료 기술 발전 등 미래 의료환경, 보건의료 정책 변화, 의과대학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 그리고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등이 함께 고려된다. 의대 정원을 몇 명 늘릴지뿐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속도로 조정할지까지 판단 대상이다.
이 때문에 추계위 결과가 범위로 제시됐다는 점은 보정심 논의를 전제로 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요가 가장 낮게 가정된 경우와 가장 높게 가정된 경우, 공급이 보수적으로 산정된 경우와 완화적으로 산정된 경우를 조합해 정책 판단에 필요한 전체 범위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특정 숫자 하나를 '정답'처럼 제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정치적 논쟁을 줄이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추계 결과를 존중하되, 최종 결정은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추계위는 의사 수급의 과학적·기술적 근거를 정리하고, 보정심은 이를 토대로 사회적 수용성과 정책 실행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후 교육부와 복지부 협의를 거쳐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이 확정된다.
보정심 논의는 추계위가 제시한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고 선택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의대 정원 조정은 단기 수급뿐 아니라 중장기 의료체계와 교육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단일 숫자보다 정책 선택의 근거와 설명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해 절차의 정합성과 실질적인 논의가 부족했다는 뼈아픈 지적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향후 위원회 운영에 있어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