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장 건강 이유' 7시간 지연 당일 안내한 대한항공…승객들, 손배소 제기

사회

뉴스1,

2025년 12월 31일, 오후 02:50

대한항공 항공기. 2024.10.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난 4월 태국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는 대한항공 항공편이 부기장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당일 통지한 뒤 6시간 42분 지연된 것에 대해 승객들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 A 씨 등 61명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지난 4월 16일 태국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을 현지 시각 오전 9시 50분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5시 2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대한항공 KE660편은 당일 지연됐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은 승객들이 항공편에 탑승하기 위해 수완나품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출국심사를 마친 뒤에야 카카오톡을 통해 안내됐다.

당시 대한항공은 오전 8시 39분쯤 A 씨 등에게 항공편의 출발 시각이 오후 3시 40분으로 변경됐다고 통지하면서 지연 사유를 '운항 사정'으로 안내했다.

이미 탑승 게이트 앞에 도착한 승객들은 안내문을 통해 지연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게이트 앞 안내판에는 'Crew change(crew health condition)'라는 영문 알림이 붙었고, 승무원 건강 상태를 지연 사유로 들고 있었다.

당시 승객 중에는 임신 35주차의 만삭인 승객, 89세의 고령 승객, 열감기에 걸려 장시간 공항에서 대기하기 어려운 승객 등이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대한항공은 승객들에게 공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밀쿠폰을 제공했으나, 일부 승객들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사정 등으로 다른 식당 또는 라운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그 이용료를 지출하기도 했다.

A 씨 등 측에 따르면 당시 대한항공 소속 운영팀장은 탑승 게이트 앞에서 "부기장이 이 사건 항공편의 출발일 전날 저녁부터 아팠고, 대기조의 휴식 시간이 필요해 출발이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A 씨는 "전날부터 아팠다면 그때 출발지연이 예상됐을 것이고, 늦어도 출국 심사를 받기 전에 지연 안내를 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으나 운영팀장은 대답을 회피했다고 한다.

지연 공지된 시간에 출발한 항공편은 같은 날 자정에 가까운 오후 11시 48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항공편의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보상을 요청하는 A 씨 등에게 "안전 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도의적인 차원으로 제공한 전자 우대할인권 외 추가적인 보상이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한항공이 제공한 전자 우대할인권의 금액은 8만 원으로 유효기간은 1년이었다. 또한 △타인에게 양도 불가 △대한항공 지점과 영업소에서만 사용 가능 △대한항공 항공권 구매나 수화물 초과 요금 및 부가서비스 이용료 지불, 로고숍 상품 구매 시 할인받을 수 있다는 등 단서가 붙었다.

아울러 대한항공 여객 운송부는 A 씨 등에게 "부기장의 건강 사유로 운항승무원 교체가 필요했고, 교체된 운항승무원의 법적 휴식 시간 확보 필요로 부득이 지연 운항됐다"며 "운항승무원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기 어려웠고, 안전 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A 씨 측은 "항공편 운항에 필요한 승무원 부재는 대한항공의 지배·관리 및 책임 영역 내에 있는 운영적 요소나 내부 사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기장의 건강 이상은 출발일 전날 저녁에 발생해 항공편의 지연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탑승 시간을 36분 앞둔 때 탑승 시간이 변경됐다고 통지했다"며 "항공편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거나 조취를 취할 수 없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항공편 지연으로 인해 예정했던 업무 약속에 참여하지 못해 계약 체결이 깨진 경우 △다음 날 등교를 못 한 경우 △다음 날에도 계획된 일정이 지연되거나 취소돼 업무에 지장이 발생하는 등 경제적 손실 및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비롯해 각 7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으나 지난 19일 열린 조정기일에서 대한항공 측은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다했다고 보고 있어 조정 이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다시 정식 재판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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