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현재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이기영. (사진=연합뉴스, 경기북부경찰청)
그가 처음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 건 2022년 12월 20일 발생한 택시 기사 살해 사건이었다.
이기영은 이날 자신의 여자친구 부모와 만나 고량주 두 병을 마시고 음주 운전을 했다. 여자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운전하던 그는 택기기사 A씨(60)가 몰던 택시와 충돌했다. 사고 당시 이기영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9%로 만취 상태였다.
A씨는 보험사를 부르려 했으나 음주운전 누범기간이었던 이기영은 가중처벌 받게 될 것을 우려해 A씨에 “합의금과 수리비를 많이 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A씨가 집으로 들어오자 그는 돌변해 “돈을 줄 수 없다”며 경찰을 부르려던 A씨를 살해했다. 이후 A씨 시신을 집 옷장에 넣어 방치했다.
범행 뒤 이기영은 A씨의 휴대전화로 그의 가족들에 “교통사고 처리 중이다”, “연락하지 마라” 등 132회 거짓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범행을 숨겼다. 그 사이 이기영은 A씨 신용카드로 636만 원에 달하는 고가 커플링을 사거나 고급 술집, 호텔 등에서 770만 원 가량을 사용했고 피해자 휴대전화로 총 5557여만 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A씨 가족들은 평소와 다른 말투와 문자만 하는 것에 의심을 하고 그해 12월 25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바로 그날 이기영의 여자친구가 이기영의 집을 찾았다가 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해왔다.
시신이 있던 이기영의 집 또한 본인이나 가족 등의 명의가 아닌 50대 여성 B씨 명의라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B씨는 이기영의 이혼 전 외도 상대로 밝혀졌다. 그런데 집에서 B씨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이기영은 B씨가 “지난 여름에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 집 내부 벽과 캠핑용 왜건 등에서 외부 충격으로 인해 생긴 비산흔(흩뿌려진 형태의 혈액)이 발견되며 묻힐 뻔했던 이기영의 또 다른 범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는 2018년 결혼한 상태에서 과거 알고 지내던 노래방종업원 B씨(50)와 불륜을 해왔다. 2021년 12월 아내에 발각된 이기영은 이혼 후 B씨의 집에서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음에도 자신이 건물주의 손자라고 말하는 등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월 5일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이기영이 동거녀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장소에 대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A씨에게 그랬듯 이기영은 B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사후에도 B씨 메신저 프로필을 두 차례 바꾸고 B씨 지인들에 태연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또 B씨 명의의 온라인뱅킹과 신용카드로 각각 3930만 원, 4193만 원을 편취하는 등 두 피해자에게서 강탈한 재산만 총 1억 3392만 원에 달했다.
이기영은 경찰에 B씨 살해가 우발적이라며 ‘홧김에 둔기를 던졌는데 (B씨가) 퍽 맞아서 쓰러져 죽었다’고 했지만 이기영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그는 이후 경찰에 B씨 시신을 파주 공릉천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하다 일주일 만에 돌연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그렇게 경찰은 수개월간 이기영이 말한 일대를 수색했지만 B씨의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이기영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살인을 서슴지 않게 저지르고 이후 태연하게 은폐를 시도하는 등 사이코패스일 소지가 다분하다”며 “잔혹하고 냉혈한이면서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마구 쓰는 등 허술하고 충동적 측면도 있는 새로운 범죄자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도 이기영을 사이코패스로 분류했으나 사이코패스검사에선 ‘진단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다.
결국 이기영은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자신의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1심 재판부는 이기영의 재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이 허용했더라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선택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안을 고려했을 수 있을 만큼 대단히 중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을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만으로는 형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거나, 피고인에게 반드시 ‘사형’을 선고해야만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기영이 SUV 차량을 몰다 택시 기사인 피해자 A씨와 접촉 사고가 난 모습. 당시 이기영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후 이기영은 A씨를 집으로 데리고 가 잔인하게 살해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에 항소한 검찰은 사형을 요구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사형 선고는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며 1심의 무기징역형을 유지했고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피해자 A씨 딸은 1심 선고 이후 온라인상에 “우리 가족은 슬픔과 더불어 분통 터지는 상황이 됐다”며 울분을 나타냈다.
그는 이기영이 아버지인 척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고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망자가 생겨 그 뒤처리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면서 “경찰서에 가서 사고 조회를 한 결과, 아버지의 교통사고 접수가 아예 없다는 얘길 듣고 심장이 쿵 떨어졌다. 아버지 실종 신고 후 돌아온 연락은 부고 소식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버지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해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장례지도사님이 제게 아버지 얼굴의 훼손이 심해 충격받을 것이라며 보는 것을 극구 말렸다”며 “이기영과 같은 살인범이 더 이상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사형 법 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