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딛고 희망으로…돌아온 ‘제야의 종’, 2026년 맞았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01일, 오전 12:25

[이데일리 석지헌 김현재 기자] 1년 전 침묵에 잠겼던 보신각이 다시 희망의 울림으로 채워졌다. 12·29 여객기 참사 애도 기간과 정국 불안으로 정적이 흘렀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을 맞는 이번 제야의 종 행사는 신년 맞이를 넘어 회복과 축제의 장이 됐다.

2026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시민들이 타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정적 씻어낸 ‘자정의 태양’ 부활

31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보신각 일대는 영하권 강추위에도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됐으나 시민들의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올해 행사는 시각적 화려함에 중점을 뒀다. 이번 행사에 도입된 ‘루프 맵핑’ 기술은 시민들의 카운트다운 구호에 맞춰 보신각 기와 위로 숫자가 표출되는 장관을 연출했다.

보신각 뒤편으로는 지름 30m 크기의 초대형 조형물 ‘자정의 태양’이 솟아올랐다. 지난해의 적막함을 씻어내자는 의미의 미디어 퍼포먼스였다. 자정의 태양은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여명의 순간을 극적으로 형상화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애도 분위기 속에 준비하고도 보여주지 못했던 미디어 퍼포먼스를 올해 전격 공개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타종 직전 보신각 특설무대에 올랐다. 오 시장은 시민들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인사와 2026년 새해 덕담을 전했다.

오 시장은 “올 한 해 정말 다사다난했다”며 “이제 몇 분 남지 않은 2025년의 괴롭고 힘들었던 기억은 잠시 후 울려 퍼질 종소리에 담아 멀리 날려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시지 전달 후 오 시장은 시민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이어 12시 정각에 맞춰 타종 인사들과 함께 보신각 종을 33번 울렸다. 이번 타종의 주인공은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이었다. 25년간 상담 봉사를 이어온 김귀선씨부터 등굣길 학생들을 위해 빵을 나눈 김쌍식씨까지 시민 대표 11명이 선정됐다. 노면 색깔 유도선을 개발한 윤석덕씨와 15년간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한 자원봉사자 등이 타종 줄을 잡았다. 가수 션과 양희은, 소설가 정세랑씨 등도 참여해 연대의 메시지를 더했다.

231일 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가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이하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석지헌 기자)
◇ 전통과 현대 어우러진 ‘희망 무대’

공연 라인업 역시 역대급 규모였다. 타종 전 약 50분간 판소리와 합창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K-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상징하는 ‘LED 댄스 퍼포먼스’는 빛의 군무로 보신각 일대를 수놓았다.

33번의 타종이 끝난 뒤에는 국민 록밴드 크라잉넛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대표곡 ‘말달리자’ 등을 부르며 2026년의 활기찬 시작을 알렸다. 붉은 말의 해라는 상징성과 크라잉넛의 역동적인 음악이 만나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새해의 시작을 만끽했다.

서울시는 이번 행사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소방과 경찰 등 2500명의 안전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안전을 위해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무정차 통과했다. 귀가 편의를 위해 지하철과 버스 막차 시간은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됐다. 보신각 주변 교통 통제는 오전 7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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