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뒤에 남은 숫자…흡연·간접흡연 의료비 11년간 40조 원

사회

뉴스1,

2026년 1월 01일, 오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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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인해 지난 11년간 발생한 의료비가 약 43조원에 달한다는 첫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흡연율은 감소했지만, 담배로 인한 피해가 장기간에 걸쳐 질병으로 이어지면서 재정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내·외 연구진이 지난 2014년부터 지난 2024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 전수를 활용해, 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직접 의료비 규모와 부담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분석 결과, 11년간 흡연과 간접흡연으로 발생한 의료비는 누적 약 298억 6000만 달러(약 43조 2074억 원)에 달했다. 2024년 한 해에만 흡연 관련 의료비는 약 33억 8000만 달러(약 4조 8908억 원)로 추정됐다. 이는 분석 대상 질환군 전체 의료비의 19.7%, 국가 전체 보건의료비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진은 이 같은 의료비 증가를 '지연된 유행(lagged epidemic)'이라고 정의했다. 흡연율은 이미 감소하고 있지만, 과거의 흡연 노출이 수십 년의 시차를 두고 암과 심혈관·대사질환으로 이어지면서 의료비 부담이 뒤늦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질환별로 보면 비용 집중 현상이 뚜렷했다. 상위 10개 질환이 전체 흡연 기인 의료비의 88.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암 관련 의료비가 35.2%, 심혈관·대사질환이 53.1%를 차지했다. 단일 질환으로는 기관·기관지·폐암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폐암 관련 의료비는 2014년 약 3억 2000만 달러(4630억 원)에서 2024년 약 7억 3000만 달러(1조 563억 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연구진은 장기 치료와 고비용 항암치료가 반복되는 질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성별로 나눠 보면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남성에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흡연 관련 의료비의 80.1%가 남성에서 발생했는데, 과거 남성 흡연율이 높았던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여성은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간접흡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의 간접흡연 비중이 9%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크게 높은 수치다. 전체 의료비 기준으로 보면 간접흡연은 11년간 약 49억 달러(7조 908억 원)로, 흡연 관련 의료비의 16.5%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50~79세가 전체 의료비의 80.7%를 차지했다. 특히 60~69세와 70~79세에서 1인당 의료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과거 흡연의 영향이 시간이 지나 고령층에서 질병과 의료비 부담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30~49세는 전체 비중은 작았지만, 본인부담금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흡연이 건강 격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12.8%에 불과했지만,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의 17.1%를 차지했다. 2024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 1인당 흡연 관련 의료비는 204달러(약 29만 5000원)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흡연 의료비의 82.5%는 공공 부담…개인 선택이 사회 비용이 됐다

의료비 부담의 주체는 개인보다 사회에 가까웠다. 전체 흡연 기인 의료비 가운데 82.5%는 국민건강보험 등 공적 재정이 부담했고, 개인 본인부담금은 17.5%에 그쳤다. 누적 본인부담금만 해도 약 47억 달러(6조 8009억 원)에 달했지만, 비용의 대부분은 보험 재정으로 흡수됐다. 흡연의 건강 피해가 개인 선택의 결과를 넘어 사회 전체의 재정 부담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흡연과 간접흡연으로 인한 의료비가 장기간 누적되며 건강보험 재정 지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왔음을 국가 단위 자료로 확인한 분석"이라며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이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흡연율 감소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고 봤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흡연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담배 가격과 조세 구조에 반영하는 이른바 '오염자 부담 원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담배 가격에 흡연으로 인한 외부 비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경우, 공공보험이 떠안고 있는 의료비를 회수하는 동시에 신규 흡연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 사전공개 형태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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