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2025.7.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2026년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승용 기준 최대 300만 원을 유지하되, 3년 이상 된 내연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로 바꾸면 최대 100만 원의 전환지원금을 얹어 중형급은 최대 68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배터리 성능·안전·사후관리 기준은 한층 강화되면서, 고성능·저가 차량 위주로 보조금이 집중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직계존비속 간양수도 등을 통한 전환지원금 악용 우려에 대해 정부는 직계존비속 거래를 배제하고 신차 구매로 대상을 한정해 제도 취지를 흐리는 사례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일 이런 골자의 '2026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새해 첫날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는 건 역대 처음인데, '일시 수요 정체'(캐즘)와 경기침체 속 무배출 차량 확대로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을 함께 견인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이번 지원금 안은 지원 규모를 유지한 채 누가 더 받는지를 바꾸는 쪽으로 설계됐다.
정부 예산단가 기준으로 전기승용은 중·대형 300만 원, 소형 250만 원을 유지하고, 전기 승합은 대형 7000만 원, 전기화물은 소형 1000만 원을 기본으로 잡았다.
여기에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갈아타는 소비자에게 전환지원금을 새로 얹는다.
최초 출고 뒤 3년 이상 지난 내연기관 차(하이브리드 제외)를 폐차하거나 판매한 뒤 전기차를 신차로 사면 승용·화물 모두 최대 100만 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 경우 중형급 전기승용차 구매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액은 기존 580만 원에서 680만 원으로 늘어난다.
전환지원금은 '정액 100만 원'이 아니라 기존 구매보조금 규모에 연동된다. 신차가 받는 구매보조금이 500만 원을 넘으면 전환지원금도 최대치가 붙고, 그보다 적으면 비례해 줄어든다. 중고 전기차를 살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형식적 전환을 막겠다며 가족 간 증여·판매는 제외하고, 확인이 쉬운 직계존비속 범위까지만 제한하겠다고 했다.
지원 단가를 동결하고 전환지원금까지 얹은 건 보조금을 줄여 시장 자립을 유도하던 기존 기조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영태 기후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지난해 31일 사전브리핑에서 "전기차 확대 속도보다 보조금 단가 축소 속도가 더 빨랐던 측면이 있었다"며 "전기차 주류화로 가기 위한 단기 '퀀텀 점프' 구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2023~2024년 수요 정체를 지나 2025년 연간 보급이 약 22만 대까지 늘어난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8일 인천시 동구 두산밥캣코리아 생산 공장을 방문하여 전기 지게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8/뉴스1
정부는 보조금 단가를 당분간 유지하되, 전기차 보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추가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서 정책관은 "목표는 전기차의 주류화"라며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연결해 "2030년 신차의 40%를 전기차·수소차로 보급하겠다고 했고, 신차 기준 40%면 주류화 진입으로 본다"고 했다.
'전기차가 신차 보급의 40%에 도달하면 보조금을 중단하느냐'는 질문에는 "확산 효과가 크지 않다면 대폭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서 정책관은 보조금이 유지되면 제조사가 가격을 내릴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가격 기준을 오히려 더 조이겠다"고 설명했다. 전기승용차는 2027년부터 보조금 100% 적용 기준을 5300만 원 미만에서 5000만 원 미만으로 낮추고, 50% 기준도 85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내린다. 소형 전기화물차는 기본가격 8500만 원 이상이면 보조금이 0이 되도록 가격계수를 신설했다. 고가 차량 지원을 단계적으로 걷어내겠다는 방향이다.
지원 요건은 전반적으로 더 까다로워졌다. 배터리 에너지밀도 차등 기준을 전 차종에서 상향해 최고 등급(계수 1.0) 기준을 500Wh/L 초과에서 525Wh/L 초과로 끌어올렸다.
V2L(Vehicle to Load·차량 전력을 외부 기기에 공급하는 기능) 지원은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조정됐고, PnC(Plug and Charge·플러그 연결만으로 충전과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에 10만 원이 새로 붙는다.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계해 충·방전하는 V2G(Vehicle to Grid)는 2027년부터 지원이 예고됐다. 화물은 1회 충전 주행거리 추가지원 기준이 280㎞에서 308㎞ 이상으로 올라간다.
정부는 2026년부터 전기차 화재안심보험 가입 여부와 사후관리 요건을 보조금 지급 조건에 포함했다.
올해 7월 이후 전기차 화재안심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조금이 0원이 되고, 배터리 충전량 정보(SOC)를 제공하지 않아도 0원이 된다. 제조물 책임보험과 중복 아니냐는 지적에 서 정책관은 "제조물 책임보험은 과실 입증 부담이 커 피해자가 보상받기 어려울 수 있다. 새 보험은 무과실 책임으로 설계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후관리 항목은 직영 AS센터 등 요건을 강화하고, 제작·수입사 자체를 평가해 부실 사후관리 사업자의 사업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세부 기준은 3월까지 마련해 공개한 뒤 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환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한 점을 두고 정책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기후부는 하이브리드가 내연차보다 감축 효과는 있지만 전기차보다는 낮다며, 전기차 확산을 통해 하이브리드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보조금만으로 시장을 바꿀 수 없다는 현실도 인정했다. 서 정책관은 올해 승용 기준으로 기아(KIA) EV6가 약 580만 원, 테슬라(TESLA) 모델Y가 188만 원을 받은 사례를 들며 "보조금이 3배 이상 차이 나도 소비자 선택은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체계를 가격 인하 유인으로 만들고, 제작사의 성능 개선·가격 조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c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