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길, 새벽을 깨우는 시민들…"죽는 날까지 성실하게 살 것"

사회

뉴스1,

2026년 1월 02일, 오전 08:15

오전 3시 50분에 첫 차가 출발하는 8146번 버스의 노선도. 2026.1.2./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새해 첫 출근날인 2일 오전 3시 20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버스 차고지 앞 정류장. 버스 3대가 미등을 켠 채 천천히 들어왔다. 서울 버스 중 가장 이른 시간인 오전 3시 50분에 출발하는 8146번 버스의 첫 차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추위에도 승객 5명이 버스에 올랐다. 모두 장갑에 마스크까지 추위를 버티기 위해 중무장한 상태였다.

이른 새벽이지만 버스에 오르는 얼굴들은 밝았다. 첫 차 안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덕담을 건네는 것은 물론 "오래간만에 보니까 좋네"라며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다. 상계동에서 출발해 한강을 건너 강남으로 향하는 8146번 버스 승객의 대부분은 60~70대 중·장년층이었다.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출근해 건물 등에서 청소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첫차에 오른 김 모 씨(72)도 선릉역 인근 건물에서 청소 일을 한다. 김 씨는 새해 소망을 묻자 "뭐 그런 게 있겠나"라면서도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서 건강할 때는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죽는 날까지 성실하게 살다 가야지"라며 웃어 보였다.

노원역으로 출근하는 주승덕 씨(70)는 10년 넘게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청소뿐 아니라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마들역에서 버스에 올라 주 씨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 이 모 씨 역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다. 이 씨는 최근 몸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 한 달가량 일을 쉬었다는 그는 다시 출근길에 나서며 "쉬었으니 보충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올해까지는 일을 하려 한다"고 했다.

3년 전 첫 운행 때부터 8146번 버스를 몰고 있는 기사 윤종수 씨(71)는 새해 바라는 점으로 "버스가 15분 일찍 출발하긴 하지만 증차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일하시는 분들은 어차피 할 일이 끝나야 퇴근할 수 있으니, 버스가 더 일찍, 자주 다니면 더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윤 씨는 "이번 달 15일 계약이 만료되는데 회사에서 다시 서류를 넣으라고 해서 준비 중"이라며 "건강이 허락하고 회사에서 받아준다면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노선을 달리던 146번 버스를 8년간 운전하다가 지난 2023년 8146번 버스가 신설되면서 다시 새벽 도로 위에 서게 됐다.

버스가 노원구를 한 바퀴 돌아 태릉입구역에 닿았을 때쯤 좌석은 어느새 빈자리 없이 채워져 있었다.

2일 오전 5시 20분쯤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첫 차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2026.1.2./뉴스1 © News1 권준언 기자

오전 5시 20분, 7호선 태릉입구역 승강장에도 5시 32분에 출발하는 첫 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첫 차임에도 태릉입구역에서만 열차 한 칸에 10명이 넘는 승객들이 탑승했다.

가방을 메고 헤드폰을 쓴 취업준비생 정 모 씨(27)는 추운 날씨에도 아침 일찍부터 학교 도서관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정 씨는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날을 거의 샜는데, 집에 있어서 뭐 하나 싶어 첫차부터 나왔다"면서 "올해는 취업도 하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는 게 목표"라며 웃어 보였다.

건대입구역에서 환승해 잠실역 인근으로 오전 7시까지 출근한다는 직장인 박 모 씨(35)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그는 올해의 다짐을 묻자 "매년 조금씩 더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여유를 가지는 게 목표"라면서 "주변 사람들도 올해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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