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은 “증거관계와 관련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검과의 협의를 거쳤다”며 “월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로 인해 망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항소의 실익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항소 제기는 마감 시한(3일 0시)을 몇 시간 앞두고 긴급하게 이뤄졌다. 통상 피고인 모두 무죄가 선고된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수사팀은 1심에서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의 자료 삭제 등 검찰이 주장한 사실관계들이 다수 인정된 점을 들어 항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철우 중앙지검장은 ‘판결문의 무죄 이유 등에 대한 분석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고 치열한 법리 다툼 끝에 이같은 결론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고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이 씨의 ‘월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2022년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인 서 전 실장과 서 전 장관, 박 전 원장, 김 전 청장 등이 남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 피격 사실을 축소·은폐하고 ‘월북’으로 발표했다고 판단해 이들을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겼다.
앞서 1심은 지난달 26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피격과 소각 사실을 은폐하거나 월북으로 몰아가려고 한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실종 보고와 전파, 분석 및 상황판단, 수사 진행 및 결과 발표 등의 절차적·내용적 측면에서 위법이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 판단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이상한 논리로 기소하고 결국 무죄가 났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무리한 법리 적용이자 사실상 조작 기소”라면서 항소 포기 필요성을 시사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기소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강력 반발했다. 피격으로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유가족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현 이재명 정부의 항소 포기 압박은 유족에게 또 다른 국가적 폭력에 해당하며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호소했다.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보복 수사”라면서도 “항소 여부에 대해 수사 지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