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새해, 사람에게 새 제품은 얼마나 필요한가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사회

뉴스1,

2026년 1월 03일, 오전 07:30

중고 의류 플랫폼 빈티드가 제작한 광고영상(Youtube Vinted) © 뉴스1

새해가 되면 새것을 원한다. 새 운동화, 새 옷, 새 가방, 새 계획. 달력이 바뀌는 순간 낡은 물건은 정리 대상이 되고, 새 물건은 다짐의 상징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 욕망이 정말 개인의 자연스러운 선택인지, 아니면 오랫동안 반복 주입된 마케팅의 결과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새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감정은 매년 같은 시기에 광고와 유통 전략을 통해 강화돼 왔다. '붉은 말의 해' 병오년(丙午年)도 다르지 않다.

새해를 앞두고 먼저 열어보는 곳 중 하나가 신발장이었다. 닳고 닳은 '애착 신발'부터 아직 발도 넣어보지 않은 새 신발까지 뒤섞여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러닝화·등산화 또 구두. 그럼에도 더 사고 싶은 게 생긴다. 워킹화나 운전화, 헬스장 전용 운동화 같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욕망은 갈라진다. 실제 필요에서 출발한 분류가 있는가 하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수요를 전제로 만들어진 분류도 있다. 없는 시장을 뚫는 일은 혁신으로 불리지만, 그 과정의 반복은 필요보다 마케팅으로 분류된다.

중고 의류 플랫폼 빈티드가 제작한 광고영상(Youtube Vinted) © 뉴스1

리투아니아의 중고 의류 플랫폼 '빈티드'(Vinted)는 이 구조를 과장된 풍자로 드러냈다. 2008년 설립된 빈티드는 덴마크와 독일, 네덜란드 중고 플랫폼을 인수하며 8조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당근마켓·중고나라'다.

빈티드가 낸 영상에는 주인공이 외출을 준비하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옷과 소품을 몸에 걸치고 집을 나선다. 러닝을 하러 나가면서 여러 켤레의 신발을 동시에 달고 뛰고, 모자는 쓰는 물건이 아니라 들고 다니는 짐이 된다. 자기가 가진 소품을 모두 이고 다니는 꼴이다.

웃음을 유도하지만 낯설지 않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일상은 가벼워지기보다 무거워진다. 소비는 편의를 약속했지만, 결과는 이동의 둔화다.

이 과잉은 개인의 옷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입지 않게 된 옷과 신발은 '중고' 또는 '의류 폐기물'로 국경을 넘는데, 대다수가 소각되거나 개발도상국 오지에 버려진다.

가나 수도 아크라의 칸타만토 시장은 전 세계 중고 의류가 모이는 대표적 장소다. 여러 국제기구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매달 1500만 벌의 의류가 이곳으로 유입되고, 이 가운데 약 30~40%는 품질 문제나 수요 부족으로 판매되지 못한 채 곧바로 폐기된다. 옷은 다시 자원이 되지 못하고 배수로와 해변을 막거나 노천에서 소각된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도 다르지 않다. 중고 의류와 팔리지 않은 재고 의류가 대량으로 유입되며, 연간 수십만 톤이 사막에 쌓인다는 추정이다. 태그가 달린 새 옷이 그대로 버려진 채 발견되는 사례도 반복된다. 새해 판매되려고 생산되는 새 옷이 팔리지 않고, 지구 반대편에서 곧바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이 흐름은 기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유엔환경계획(UENP)은 패션·섬유 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차지한다고 본다.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와 물이 사용되고, 합성섬유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옷과 신발이 늘어날수록, 그만큼의 배출과 폐기가 뒤따른다. 소비의 세분화는 곧 환경 부담의 세분화이기도 하다.

병오년 새해,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새해라서 새것이 필요한 것인지, 새것을 사야 새해처럼 느끼도록 길든 것인지 말이다.

새것을 구매하는 데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 분류가 끝없이 확장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필요가 아니라 욕망을 관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새해 '필요'를 재정의해야 한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News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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