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직격한 기후장관…'공론화' 절차도 결국 원전 확대 요식행위?(종합)

사회

뉴스1,

2026년 1월 07일, 오후 06:45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리는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제2차 정책토론회 '원전의 경직성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방안'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7/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50년 탄소중립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필수 조건인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계통 안정성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산업 경쟁력과 전력 수급 안정을 이유로 원자력 발전의 역할 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대형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여부를 포함한 핵심 정책 결정은 '공론'이라는 이름 아래 뒤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 뜻'이라며 추진 중인 여론조사는 결과 공개 시점 등 모두 불투명한 상황이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는 지난달 30일 1차 토론회에 이은 두 번째 공개 논의 자리였다. 토론회 부제는 '원전의 경직성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 방안'이었다.

탈원전 공개 비판한 김성환…'재생에너지 우선' 입장 선회는 분명
이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원전 활용 필요성을 한층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제2 탈원전' 우려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발언이었다.

김 장관은 “국내에서는 신규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하는 방식은 한편으로 궁색해 보였다”고 말했다.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원전 산업 경쟁력은 이어가려 했던 과거 정책의 모순을 직접 지적한 것이다.

그는 “원전은 기저 전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한국이 원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원전을 어떻게 활용하고 조정할 것인지를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1차 토론회에서 원전·재생에너지 병행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입장이 분명히 원전 활용 쪽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절차다. 기후부는 두 차례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설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 대상과 표본 규모, 질문 문항, 조사 기간, 결과 공개 방식 등이 모두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기후부도 이에 대해선 함구하는 분위기다.

기후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됐던 대형 원전 2기 신규 건설 계획을 12차 전기본에도 유지할지 여부를 이 과정에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반기 중 12차 전기본 초안을 내놓고, 하반기 확정한다는 일정만 제시됐을 뿐이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정의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결과만 공론에 떠넘기려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둘러싼 숙의민주주의 방식과 비교하면, 제도적 장치와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친원전 쏠린 토론 구도…안전·폐기물은 주요 논의서 빠져
토론회 구성 역시 논란을 키웠다. 패널 토론에는 이정익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등 원자력 분야 인사가 7명 중 3명 포함됐다. 전력계통·에너지 산업 전문가 비중도 높았다.

시민·소비자 측에서는 E컨슈머 이서혜 대표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E컨슈머는 석유시장 감시와 소비자 보호 활동을 중심으로 해온 에너지 시민단체로, 재생에너지 확대나 원전 정책을 전면에서 대변해온 단체는 아니다. 이 대표는 기술 논쟁보다는 전기요금과 전력 품질, 소비자 수용성 문제를 중심으로 발언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와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정책실장, 김무환 SK이노베이션 에너지솔루션 단장은 계통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적으로 토론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한계'를 전제로 '원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전 안전성이나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는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한편 토론회 전후로 행사장 밖에서는 기후·환경단체의 항의가 이어졌다. 일부 단체는 참석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한 토론회는 공론화가 아니라 요식행위라며 김 장관에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방호원이 이를 불법 시위로 간주하며 제지에 나서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후부는 “추가 쟁점이 확인되면 간담회 등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대한 에너지 정책 결정을 두 차례 토론회와 불투명한 여론조사에 맡기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인식 변화는 분명해졌지만, 최종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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