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앞두고 예비신부 살해…“결혼 미루자고? 원하는 대로” [그해 오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08일, 오전 12:01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7년 전인 2019년 1월 8일. 검찰이 ‘춘천 예비신부 살인사건’ 피고인 A씨(당시 28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사건은 그로부터 3개월 전인 2018년 10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A씨는 춘천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교제 중이던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흉기로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날은 두 사람의 상견례를 불과 사흘 앞둔 날이었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이후 “A씨를 만나러 간 딸과 연락이 안 된다”는 B씨 부모의 전화를 받은 A씨 모친은 아들의 옥탑방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숨진 B씨의 시신을 발견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지인의 집에 숨어있던 A씨는 다음 날 0시 05분 살인 용의자로 긴급체포 됐다.

그렇다면 A씨는 여자친구였던 B씨에게 왜 이토록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두 사람은 한 스피치 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B씨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한 A씨는 자신이 대학원을 졸업한 후 국회에서 인턴을 마쳤다고 했다. 또 자신의 아버지가 공기업 지사장이며,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고 아로니아 농장을 운영하는 지역 유지라고도 소개했다.

하지만 A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실제 고등학교를 중퇴한 A씨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 일을 거들면서 지내고 있었다. B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A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B씨는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 서울 4년제 대학교에 입학했고, 재학 중 용돈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 등록금과 부모님 용돈까지 챙기는 착한 딸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됐다.

그런데 A씨는 만난 지 한 달이 됐을 무렵부터 B씨에게 결혼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A씨는 “아버지가 정년이라 축의금 때문에 결혼을 빨리 해야 한다”며 B씨 부모에게 결혼계획서까지 만들어 제출했다. 결국 A씨는 B씨 부모를 설득해 결혼 승낙을 받았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하지만 두 사람은 신혼집 위치를 두고서 갈등을 빚었다. A씨는 B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춘천에서 식당 일을 돕길 바랐지만, B씨는 서울에서 계속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했다.

사건 당일 날에도 두 사람은 같은 내용으로 크게 다퉜다. 결국 B씨는 “결혼을 서두르지 말자”고 했고, 이를 들은 A씨는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며 춘천으로 와 달라고 요구했다.

B씨가 춘천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A씨 집인 2층 옥탑방에 올라갔다. 그 뒤 밤 9시 30분쯤부터 다툼이 시작됐고, B씨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변을 당했다.

체포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혼집 장만 등 혼수와 예단 문제로 B씨와 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시신 훼손에 대해서는 “살아서 식물인간이 되거나 하는 게 무섭고 미안해서 완전히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B씨의 유족은 “혼수와 예단 문제로 다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양가 상견례가 이뤄지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부모 사이에 이런 문제로 갈등을 빚은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A씨가 처음부터 B씨를 살해하려 춘천으로 유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전에 만난 다른 여성들에게도 결혼을 하자고 집착했으며, 여성들이 자신의 말대로 하지 않거나 이별을 요구하면 폭력적인 성향을 반복적으로 드러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의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범인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을 올렸고, 청원 마감일까지 한 달 동안 21만여 건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유족은 “엽기적인 살인마의 범행을 어떻게 사람이 할 짓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중대한 범죄에 대해 살인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한다면 저 같이 피눈물 흘리는 엄마가 나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다만 1·2심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볼 수 없고, 범행 후 시신을 훼손한 범행 수법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사형은 매우 특별하고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2심 최후진술에서 “괴롭고 죄책감에 힘들다. 사형을 내려달라”고 말했다가 선고 직후 “죄송하다, 부끄럽다”고 태도를 바꿨다.

2019년 11월 대법원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심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그대로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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