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몰래 시행사·신탁사와 짜고 강남 고급 아파트 분양계약[only 이데일리]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09일, 오후 01:58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과정에서 명의자가 모르는 30억원대의 분양계약이 체결됐다. 시행사 대표와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 본인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명의를 도용한 시행사 대표와 계약명의자는 형제다.

에테르노 압구정 조감도. (사진=이데일리 DB)
◇“생활비 통장 쓴다더니”…사문서 위조 및 행사

8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차모씨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친동생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에테르노압구정은 현재 건설 중인 고급 공동주택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양을 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행사는 차 회장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차씨는 “차 회장이 2024년 10월초 본인명의의 금융계좌가 압류돼 사용할 수 없어 생활비 통장으로 쓰겠다며 내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를 빌려갔다”며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달리 해당 통장을 이용해 에테르노압구정 102호 분양계약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플랜과 A신탁 직원들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 25일께 차씨 명의로 에테르노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 12일께 같은 방법으로 A씨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 25일 오후 2시39분 차씨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5분 뒤인 오후 2시44분 이 거래가 취소됐고 다시 6분 뒤인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 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A씨 계좌로 반환됐다.

차씨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차씨 “계약서 보여달라” VS A신탁 “시행사에 문의하라”

이 과정에서 A신탁이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차씨는 수상한 계약사실을 인지한 후 지난해 12월5일 A신탁에 “내가 계약한 적이 없다”며 항의했지만 같은 달 16일 A신탁 대표 명의로 “귀하는 본건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귀하의 은행계좌에서 본인의 은행계좌에 돈을 송금해 본건 공급계약에 따른 분양대금까지 납부했다”며 “귀하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면서 A신탁은 차씨에게 “본인이 본인에게 은행계좌로 30억원을 지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차씨는 A신탁에 계약서 원본 제시를 요구했지만 A신탁은 제3자가 계좌명의자 동의 없이 30억원을 송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해당 계약에 대한 문의는 시행사(넥스플랜)에 문의하라고 했다.

◇계약시 본인확인도 안한 이상한 거래

법조계에서는 A신탁이 계약 당시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우경 법무법인 굿플랜 변호사는 “신탁회사가 명의자에게 자금 소명을 요구한 것은 정상적인 관리 범위를 벗어난 행태”라며 “위조 과정에 신탁사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도진수 법무법인 진수 대표변호사도 “부동산 신탁사는 권리를 행사할 때에는 수탁자로서의 독점적 처분권을 주장하지만 법적 시비가 붙으면 시행사의 지시에 따랐다며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며 “이번 사건도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사례로 보인다. 30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에서 기본중의 기본인 본인확인절차조차 생략한 것은 신탁사가 금융거래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부동산 업계와 금융계에서도 계약 과정에서 계약명의자 본인 확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계약과정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신탁 관계자는 “신탁사는 일체의 공모, 방조 및 해당범죄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진행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넥스플랜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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