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2025.9.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법원판 필리버스터'를 방불케 한 서증조사 끝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이 13일로 연기됐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측의 서증조사로만 15시간 동안 진행된 끝에 자정을 넘겨 종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9일 오후 9시 50분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총 8명의 내란 혐의 공판에서 "준비해 온 분들이 에너지가 있을 때 말씀하게 하는 게 공평하고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며 "새벽에 진행하는 건 제대로 된 변론이라고 하기도 힘들 것 같다"면서 결심 공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피고인 측 서증조사만으로 재판이 12시간 넘게 이어지자 더 이상 이날 결심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도 이에 동의했다. 위현석 변호사는 "다른 피고인 변호인들이 (서증조사를) 마치고 저희가 할 때쯤이면 새벽 1시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윤 전 대통령 변론을 비몽사몽인 상황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과 다른 피고인들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당초 재판부는 9일 피고인 측의 서류 증거조사(서증조사)를 마친 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최종 의견과 구형, 피고인 8명의 최후 진술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시작 시각도 예정보다 40분 앞당긴 오전 9시 20분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 측이 오전 9시 30분쯤부터 점심시간·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서증조사에만 약 6시간 30분을 쓰면서 결심 절차는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오후 5시 40분쯤 김 전 장관의 서증조사를 멈추고 조지호 전 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측 서증조사부터 진행했다.
이후에도 김 전 장관 측은 다시 1시간 30분가량 서증조사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피고인 측이 추가 기일을 잡기 위한 지연 작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이 김 전 장관 측 권우현 변호사를 향해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속도만 빨리해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에 권 변호사는 "제가 혀가 짧아 빨리하면 혀가 꼬인다"고 반박했고, 동료 변호인은 "천천히 하라"면서 이를 거들었다.
지귀연 부장판사. 2025.4.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휴정과 재개를 거듭하며 재판이 장시간 이어지자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저녁 식사도 못 한 상태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구속 수감된 피고인들은 체력적으로 굉장히 지쳐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라고 말을 꺼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 8명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점과 피고인 측이 휴정기 내에 종결을 약속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이날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전 장관 측을 향해 "전반적으로 겹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길어진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 반발과 요청이 계속되면서 재판부는 결국 이날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사령부 헌병대장 측의 서증조사까지 마친 뒤 재판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날 마무리하지 못한 윤 전 대통령 측 서증조사와 특검팀의 최종 의견·구형,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은 오는 13일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서증조사에 6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특검팀에서 구형 의견에 2~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 점과 8명의 피고인이 각각 최후 진술을 해야 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13일 재판도 장시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 그 이후는 없다"면서 "언제가 되든 늦게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한편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이날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방청석을 힐끗 바라보며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은 뒤에는 윤갑근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전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는가 하면 옆자리에 앉은 윤 변호사와는 살짝 미소를 띤 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후 눈을 완전히 감은 채 고개를 꾸벅이며 조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재판에서도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며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 이어졌다.
재판 초반에는 증거조사 준비 상황을 두고 특검팀과 피고인 측의 충돌도 있었다.
김 전 장관 측이 증거조사 자료 복사본이 부족하다면서 구두변론으로 진행하겠다고 하자, 특검팀은 "저희는 전날 시나리오부터 제출했는데 준비를 해왔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김 전 장관 측이 "하루 동안 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재판장인 지 부장판사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징징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sae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