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미세먼지, 갈등에서 성과로…베이징 이 탑, 韓에도 있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사회

뉴스1,

2026년 1월 10일, 오전 07:30

중국 베이징에 설치돼 있는 '미세먼지 없는 탑'(Smog free tower)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해외 행보로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양 정상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굴뚝 산업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며 미세먼지 문제가 크게 완화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한때 한중 관계의 갈등 요인으로까지 비화했던 대기오염 문제가 외교 테이블에서 협력 성과로 언급된 셈이다.

미세먼지는 오랜 시간 한중 간 민감한 현안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봄철만 되면 중국 등 국외발(發) 미세먼지로 인한 오염 논란을 빚었다. 과학적 문제를 넘어 정치·외교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원인 규명과 책임 공방이 이어졌고, 시민들의 체감 불안은 컸다. 지금은 농도가 과거에 비해 뚜렷하게 낮아졌지만, 그 시기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갈등과 불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설치물이 있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겸 발명가 단 로세하르더(Daan Roosegaarde)가 만들고, 2016년 중국 베이징 한복판에 설치했던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다. 알루미늄으로 덮은 비행체처럼 생긴 이 탑은 정전기를 활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7m 높이의 대형 야외식 공기청정기다.

이 거대한 공기 정화 탑은 베이징의 미세먼지를 실제로 흡입·정화하며, 보이지 않는 대기오염을 눈앞의 구조물로 드러냈다. 기술 장치이자 공공 예술로 설계된 이 타워는 '공기는 공동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공간으로 번역한 상징물이었다. 특히 걸러낸 오염물질을 고열 가공 과정을 통해 1000㎥당 1개의 보석으로 만든다는 개념은 오염의 시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스모그 프리 타워는 중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국에도 설치됐다. 2019년 경기도 안양시는 스모그 프리 타워를 설치했다. 당시 안양 설치는 미세먼지 대응 기술 실험이자, 시민들에게 대기 문제를 환기하는 상징적 장치로 주목받았다. 공기질 개선을 수치로 설명하는 대신, 구조물 하나로 '문제의 존재'를 체감하게 한 사례였다.

경기 안양 평촌중앙공원에 설치돼 있는 '스모그 프리 타워'(안양문화예술재단 공공예술프로젝트 제공) © 뉴스1

물론 한계도 분명했다. 야외에 설치된 공기정화 장치가 실제로 도심 전반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중국에서는 국제디자인페스티벌을 계기로 설치된 뒤 약 한 달 만에 철수되기도 했다. 제작사 측 역시 이 타워가 대기질 개선을 위한 실질적 해법이라기보다, 미세먼지 문제를 시각적으로 환기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미세먼지 상황은 분명 달라졌다. 석탄 비중 감소, 산업 구조 전환, 한중 간 환경 협력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며 초미세먼지 농도는 과거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스모그 프리 타워 같은 구조물은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당장 숨쉬기 편해졌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에서 체감 빈도가 줄어든 대신, 잊지 말아야 할 흔적으로 남았다. 도시 곳곳에 남은 환경 설비와 예술적 장치는 과거의 위기를 기록하는 일종의 '기후 유물'에 가깝다. 한중 정상 간 대화에서 미세먼지가 협력의 성과로 언급된 지금, 스모그 프리 타워는 갈등의 시기를 기억하게 하는 물리적 증거로 다시 읽힌다. 한중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는 지금, 도심에 남은 스모그 프리 타워는 과거의 갈등과 현재의 성과를 동시에 증언하고 있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2025.10.13/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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