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군무원 호봉 재획정 거부 시 이유 안 밝히면 위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1일, 오전 09:14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국방부가 군무원의 호봉 재획정 신청을 거부하면서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군무원 A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호봉 재획정 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이유제시의무를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므로, 실체적 위법 여부 등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설시했다.

A씨는 국방부 주관 국방출판지원단 일반군무원 공개채용에서 임용된 뒤, 민간기업에서 디자인·편집 분야로 근무한 경력을 호봉 산정에 반영해 달라며 재획정을 신청했다. A씨는 광고회사 등에서 약 20년간 관련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해당 경력이 군무원 경력경쟁채용 시 인정되는 직무 분야와도 동일하단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A씨의 신청에 대해 서면 처분을 하지 않은 채 내부 심의 결과를 구두로만 전달했다. 이후 A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절차법을 근거로 구두로만 처분한 것을 문제삼자, 국방부는 ‘원고의 민간근무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통보서를 발송했다. 다만 통보서에는 심의회가 언제 열렸는지, 어떤 이유로 민간 근무경력을 인정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민간 근무경력을 호봉에 인정하지 않고 호봉재획정 신청도 거부한 것은 국방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의 적법성을 따지기 전 처분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것에 이미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국방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의하면 행정청은 처분을 하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유를 제시한 경우’는 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어떤 근거로 처분이 이뤄진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해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을 때라고 설시한 대법원 판례도 인용했다. 재판부는 “통보서에는 구체적인 사항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원고가 처분에 불복해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방부가 소송 과정에서 준비서면을 통해 처분 사유를 상세히 설명한 데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처분의 이유와 근거를 알게 됐더라도 이유제시의무 위반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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