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상명대 캠퍼스에서 만난 공대 김모 교수의 평가다. 상명대의 남녀공학 전환이 결과적으로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수험생들이 상명대 부스에서 입학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반면 2000년대 들어 덕성여대와 성신여대가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해 공학 전환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덕성여대는 2015년 당시 이원복 총장이 공학 전환을 시도했지만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성신여대도 2018년 당시 김호성 총장이 공학 전환을 공론화했다가 반대 여론을 확인하고 논의를 중단했다. 당시 성신여대 학생자치기구가 재학생·졸업생 2360명을 대상으로 공학 전환 찬반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대가 96%에 달했다. 숙명여대는 2015년 일반대학원에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려다가 재학생·동문 반발이 거세자 이를 포기했다. 현재 4년제 여대는 동덕여대를 비롯해 광주·덕성·성신·성신·숙명·이화여대 등 7곳이 남은 상태다.
고‘SW◇상명대, 공학 전환 이후 공과대 개설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이 재점화된 시점에서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효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대상으로는 상명대가 대표적이다. 서울에 있으면서 학교간 통합이 아닌 공학 전환을 선택해서다.
상명대의 공학 전환은 수치적으로 분명한 성과를 거두었다. 공학 전환 직전인 1995학년도의 입학정원이 2080명이었던 데 비해 2026학년도에는 2647명으로 27.3% 증가했다. 1~4학년 전체 편제정원도 같은 기간 8320명에서 1만 588명으로 늘었다.
정원의 증가는 등록금 수입 증대로 이어지면서 대학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남학생 유입이 이뤄지면서 공학계열과 예체능 분야로 전공분야가 확장됐다.
공대의 A교수는 “여대로 남았다면 남학생이 선호하는 공과대학 등의 전공 개설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상명대는 공학 전환 이후 2002년 소프트웨어대학을 신설했으며 2018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사업에도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과기부가 2015년 도입한 사업으로 상명대는 2020~2025년에 12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다.
현재 상명대는 여대 시절 강점을 보였던 사범대학·문화예술대학 외에도 융합공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단과대학 내에는 △지능·데이터융합학부 △SW융합학부 △생명화학공학부가 설치돼 있다. 대표적인 세부 전공으로 핀테크·빅데이터·컴퓨터과학·생명공학·화학에너지·화학신소재전공 등을 꼽을 수 있다.
상명대 경영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 이모 씨는 “여학생만 모집하는 것보다는 남·여학생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충원해야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1990년대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뒤 공과대학을 신설하고 남학생을 모집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의 상명대는 수시 내신 합격선에서 공학 전환을 추진 중인 동덕여대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
종로학원으로부터 입수한 수시 교과전형 내신 합격선 현황에 따르면 상명대의 2025학년도 인문계열 합격선은 내신 2.97등급으로 동덕여대(3.16등급)보다 높다. 같은 해 기준 상명대 자연계열 교과전형 역시 상명대 합격선은 2.75등급으로 동덕여대(2.83등급)보다 우위를 보였다. 합격선은 대학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 포털 ‘어디가’를 통해 공개한 내신 70%컷(합격자 100명 중 70등의 점수)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성심여대와 통합한 가톨릭대도 같은 해 기준 교과전형 합격선이 인문 2.77등급, 자연 2.53등급으로 상명대·동덕여대보다 높았다.
재학생 만족도를 나타내는 중도탈락률에서도 2024년 기준 상명대는 4.6%, 가톨릭대는 3.9%에 그쳤지만 동덕여대는 5.1%를 기록했다. 재학 중 자퇴·미등록 등으로 중도에 학교를 그만둔 학생 비율이 상명대나 가톨릭대보다 높다는 의미다.
상명대 관계자는 “1990년대에 공학으로 전환한 이후 전공이 다양해졌는데 공과대학·국가안보학과 신설이 대표적”이라며 “학내에선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 여대로 남았다면 학생 감소 등으로 존립 위기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대는 이화여대로 1886년 미국 감리교회 선교사가 서울 중구 정동에서 교실을 열고 여학생 모집에 나선 것이 시초다. 이후 여대들은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기 어려운 시대에 ‘여성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을 내걸고 개교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과 비슷한 수준이 되자 여대의 필요성에도 회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6.7%로 남학생(70.7%)보다 6%포인트 높다.
학생들도 여대보다는 공학을 선호한다는 점도 여대들이 공학 전환을 검토하는 이유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교사는 “여학생들은 여대보다 공학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대는 학업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라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서울 소재 한 여대 관계자는 “학생들만 동의한다면 공학으로 전환하고 싶은 여대가 많을 것”이라며 “학생은 줄어드는데 여대는 여학생만 모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추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동덕여대 2학년 손모 씨는 “학생이 줄어 충원이 어렵다면 그 이유를 여대라는 특성에서 찾을 게 아니라 부족한 교육여건에서 찾아야 한다”며 “지금도 교수진이 부족한데 공학 전환으로 남학생까지 받으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학칙 개정을 통해 외국인 과정(글로벌융합학부)과 성인학습자과정(미래융합학부)에서 남학생을 받기 시작한 광주여대의 한 보직교수는 “학칙 개정 당시 반발하는 여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보니 가장 우려했던 점이 안전 문제였다”며 “이후 남학생·유학생 등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학습관 등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해결책을 제시해 갈등을 풀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통하고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명대 전경. (사진=상명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