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때문에 엄마 숨져"…무속인 말에 벌어진 참극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전 06:23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무속인의 조종을 받아 80대 할머니를 일주일 가까이 감금·폭행하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거짓 자살 소동까지 벌인 일당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
사건은 지난해 4월 경기 연천군에서 시작됐다. A씨는 화성시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던 80대 할머니 B씨를 집 안에 가두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A씨는 도주를 막기 위해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하고 B씨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게 감시하며 폭행을 이어갔다.

B씨는 약 일주일간 감금된 끝에 4월 8일 밤, 손자가 잠든 틈을 타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의 배후에는 무속인 C씨가 있었다. C씨는 2023년 지인 소개로 A씨의 아버지이자 B씨의 아들인 D씨의 집 마당에 있는 별채에 들어와 살면서 인연을 맺었다.

C씨는 이 가족의 토지 문제와 직장내 괴롭힘 문제 등에 대해 조언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며 신뢰를 쌓았다.

특히 A씨와 A씨의 여동생 E씨는 C씨와 수시로 소통하며 심리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다.

그러나 토지 거래 문제를 두고 C씨와 D씨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C씨는 D씨가 아들 A씨를 손찌검한 일을 가정폭력으로 신고했고, D씨는 체포돼 임시조치 결정으로 집에서 강제 퇴거됐다.

이후 D씨는 C씨를 내보내기 위해 별채에 대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하고 전기 공급을 끊는 등 법적·물리적 조치에 나섰다.

이에 C씨는 D씨를 압박하고 사과받기 위해 가족 중 가장 연약한 할머니를 압박 대상으로 삼았고, A씨를 조종해 감금과 폭행을 지시했다.

흉기를 앞에 들이밀며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거나 할머니를 땅에 묻어버리겠다며 지인과 통화하고 그 내용을 스피커폰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또 A씨가 ‘어머니가 할머니 때문에 숨졌다’고 믿게 만들어 직접 폭행을 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할머니가 탈출해 수사가 시작되자 C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범행을 이어갔다.

손녀 E씨를 조종해 ‘강압 수사로 인해 살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 형식 메시지를 가족들에게 보내게 하고, A씨에게는 여동생 실종 신고를 하도록 지시했다.

C씨는 지인인 기자에게 강압수사를 당한 것처럼 기사를 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자살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관과 수색견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CCTV를 통해 C씨가 지인과 함께 E씨를 태우고 이동하는 장면이 확인되며 거짓 신고임이 드러났다.

의정부지법 형사 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특수중감금치상, 특수중존속감금치상,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속인 C씨에게 징역 6년, 손자 A씨는 징역 3년, 손녀 E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집 안에 가두고 칼로 협박하며 폭행한 반인륜적 범행”이라며 “피해자는 6일 이상 감금되며 심각한 정신적 고통과 전치 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또 “허위 실종·자살 소동으로 다수의 경찰과 소방 인력이 동원되는 등 공권력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