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녹취는 가히 충격적이다. 강선우 의원이 자신의 보좌진이 당시 서울시의원 출마 후보자인 김경 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김병기 의원에게 털어놓으며, “살려달라”라며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은 “나는 안 들은 걸로” 하겠다며 “누가 알고 있냐”, “더 이상 주변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며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강선우 의원의 입장은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인지 즉시 반환을 지시했다고 했으나, 실제 반환 여부와 시점에 관해서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강선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제명조치를 하였으며, 며칠 후 김병기 의원은 원내대표를 사퇴했다. 그리고 문제의 김경 시의원은 심지어 미국으로 출국까지 한 사실까지 밝혀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애당초 김경 시의원은 공천 배제, 즉 컷오프 대상자로 논의되었으나, 강선우 의원이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김경을 공천하자”라고 발언한 것이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록에서 드러났다. 공천 관련해서 해당 지역구 의원은 개입하지 않아야 하는데, 강선우 의원은 이를 어긴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강 의원은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으나 회의록 등을 통해 직접 개입 정황이 밝혀지며 강 의원의 소명 자체도 거짓임이 밝혀진 상황이다.
국민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밝혀진 게 이 정도면 우리가 모르는 정치인들간의 공천 관련 금품이 오가는 행위는 얼마나 많을까 하는 의문이 치솟는다. 아직도 각종 매체를 통해 풍자되는 만 원짜리가 잔뜩 들은 ‘사과박스’가 오가는 장면이 만 원짜리가 5만원짜리로, 그리고 건네 받는 방식만이 달라졌을 뿐 아직도 정계에서는 뒷돈이 오가고 있는 정황이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변해도 사라지지 않은 것인가? 국민은 큰 실망을 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행해지는 ‘공천’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 또한 커지고 있다. 혹자는 공천을 받은 후보가 다수일 시 경선을 치르니 공천 시스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공천하느냐 공천 배제를 하느냐를 결정하는 인원이 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이다. 결국, 공천을 받으려면 그들의 눈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제일 중요한 셈인데, 이번 사태로 인해 이 시스템의 허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고대 로마 공화정에는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 라는 것이 있었다. 오늘날 영어단어 ‘저널’(Journal)의 어원인데, 큰 돌이나 철에 글씨를 새겨 로마의 광장에 게시한 것이다. 주로 법률 진행, 원로원 의사 회의록, 재판의 결과 등등을 게재했으며 이는 당시 문자를 읽을 수 있는 모든 시민이 볼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국민은 사상 최초로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는 국무회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대통령을 포함한 국무위원들과 회의에 소환된 정치인들의 모든 언행을 전 국민이 목격하고 감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말도 많도 탈도 많은 공천. 이재명 정부를 벤치마킹하여 공천관리위의 회의를 누구든 열람이 가능하도록, 최소한 해당 지역구민들이 열람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어떨까. 국민은 알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고, ‘감시’를 받는 공관위원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회의와 공천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다.
신뢰는 깨졌다. 이 무너진 신뢰는 민주당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타 당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현직 정치인들은 당장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를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천에 대해 땅에 떨어진 신뢰부터 어떻게 회복하느냐를 최우선으로 신경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