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檢개혁안…법조계 "수사기관 난립·중립성 우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후 06:27

[이데일리 백주아 최오현 기자] 정부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안을 공개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중수청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수사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뿐만 아니라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마저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키로 하면서 논란의 여지마저 남겼다는 평가다.

윤창렬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검찰개혁추진단 단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법무부)
12일 정부가 공개한 공소청 및 중수청 설치법안에 따르면 중수청과 공소청은 검찰이 수행해 온 중대범죄 수사 기능과 공소 제기·유지 기능을 분리해 각각 맡도록 설계했다.

법조계에서 가장 주목한 대목은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가 이번 법안에서 아예 빠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소청법에 따라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박탈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했지만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 범위는 “형소법 개정에서 검토한다”며 유보 결정했다.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던 부패·경제범죄 등 9대 중대 범죄 수사에 한해 중수청에 맡겼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그동안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 또는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여러 가지 폐해가 있었고 이를 구조적으로 막았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공소청 검사에 대한) 보완수사권 허용 여부에 대해선 앞으로 관계부처, 자문위 등 각계 의견을 들어 논의를 거쳐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사와 기소 분리’의 실효성은 사실상 보완수사 범위에 달렸다고 본다. 여당은 보완수사권을 넓게 인정할 경우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양홍석(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허용 여부가 사실상 유보된 데 대해 “핵심 쟁점을 미룬 것”이라며 “조직신설 때문에 설치법을 먼저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이지만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사법자원의 효율적 업무 배분을 위해 통상 송치사건에서 공소제기 판단을 위한 추가 증거 수집하기 위한 보완수사는 인정해야 한다”며 “위증과 증거인멸이 밝혀지면 그것도 인지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수청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권도 논란이다. 법안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 사무를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을 지휘할 수 있다. 지휘 대상 사건에 대해서는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사항 확인 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수사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가 나온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는 “수사를 엉망으로 해서 공소청에 넘긴다면 공소권만 가진 검사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보완수사 없이 기소만 하라는 건 결국 수사가 다 결정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도는 법을 어기는 대상을 막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중수청이 과잉수사나 축소수사할 경우 이를 통제할 장치가 없다. 결국 행안부 장관 밑에 수사 권력을 다 집어 넣은 꼴인데 이것을 어떻게 개혁이라고 할 수 있나”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 “檢 특수부와 중수청 차이 의문…통제장치 부재”

중수청이 ‘제2의 검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잖다. 중수청 법안은 인력을 변호사 자격을 갖춘 수사사법관과 경력 수사관인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했지만 기존 검찰의 검사-검찰수사관 구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추진단 관계자는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하더라도 전문수사관이 수사사법관으로 전직하고 고위직에도 제한 없이 임용되도록 함으로써 인사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했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사에 기여하며 전직이 가능한 ‘유연한 협력체계’로 제2의 검찰청, 법조 카르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특별사법경찰·공수처·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난립하면서 국민 혼란도 우려된다. 법안은 수사기관 간 경합 발생 시 중수청이 타 수사기관에 이첩을 요청하거나 사건을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공수처 사건은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기관 간 충돌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36기)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는 “검찰 특수부를 외형만 중수청으로 옮긴 것 아닌가”라면서 “수사사법관이라는 직책이 검사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의문이다. 수사기관 혼재로 인해 범죄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 중수청 내부 통제장치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법안은 중수청 내에 공모직 감찰관과 시민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사 업무 특징과 인권보호 당위성에 비춰 적정 통제가 이뤄질 수 있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산지검장을 지낸 김기동(21기) 법무법인 로벡스 대표변호사는 “중수청은 전문적인 범죄를 수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으로 구성한 심의위는 실효성이 없다”며 “전문가 중심으로 심의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수사심의위가 해당 기관 입장에 따라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반드시 개최토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는 2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출범을 목표로 하위법령 마련과 조직·인력·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형소법 등 수사와 기소 관계법률 개정안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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